주택가의 유흥업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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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도처에 홍등가』라는 말이 있다. 물론 과장된 말이지만 그렇다고 터무니없는 얘기도 아니다.
도처에 산재해 있는 접객업소들의 변태영업과 여관 등 숙박업소의 퇴폐가 이것을 입증해 준다.
서울시내 6만2천여 개 식품 접객업소 가운데 이른바 유흥업소는 1천여 군데에도 미치지 못하나 대중음식점이라는 간판을 달아 놓고도 유흥은 물론 퇴폐영업을 버젓이 하고 있다. 이발소에서도, 인삼찻집에서도, 안마시술소나 목욕탕에서도 물론 일부이긴 하나 퇴폐영업은 당국의 단속 엄포를 비웃듯 성업 중이다.
그것을 보다 못해 최근 검찰은 주택가에서 변태영업을 하던 대중음식점 주인 5명을 구속했다. 신문기사를 보면 검찰이 일제단속을 한날 밤에도 여러 업소가 변태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당국은 그동안 이러한 퇴폐·변태업소에 대한 단속을 수시로 계속해 왔다. 작년 한해만 해도 7만7천여 건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특히 정도가 심한 퇴폐영업을 한 1만여 개 업소를 사직당국에 고발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70%이상이 늘어난 숫자다. 그 폭발적 인기 세를 짐작할 만 하다.
이러한 영업이 성행하는 까닭은 사회에 만연하는 사치·향락풍조를 보면 알 수 있다.
그것은 행정력이나 법규에 의한 단속이 어렵다. 더군다나 거기에 단속공무원의 직무유기나 야합까지 가세한다면 행정이나 법규의 권위만 손상될 뿐 얻는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사회적인 계도나 교육에 의해 건전한 도덕성을 회복시키는 폭이 효율적이다.
이러한 향락과 퇴폐에 물 쓰듯이 쓰이는 돈은 정당하고 합리적인 소득에 의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경제적 비리를 척결하는 것도 선결과제다. 그리고 이러한 퇴폐풍조가 선량한 시민에게 오염되지 않도록 차단하고 격리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러한 퇴폐업소들이 주택가 중심지까지 잠식해 들어와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문제가 된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 호텔·여관이 없는 동네가 없고 술집 없는 곳이 없다. 인구가 조밀한 아파트 상가에는 아파트와 불과 몇 발짝 거리를 두고 변태업소들이 수없이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서울 영동의 일부 지역은 아파트와 술집이 뒤범벅돼 유흥가인지 주거지역인지 분간할 수 없다. 이 지역은 불과 10여 년 전에 새로 개발한 이른바 신시가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에 의해 선진국의 예도 참조해서 이상적인 시가로 건설했어야 옳다.
그런데 요즈음 서울「영동」하면 대표적인 아파트 주거지역이면서도 동시에 퇴폐와 향락의 대명사처럼 인식 돼 있으니 과연 관계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변태와 퇴폐에 대한 숨바꼭질 식 단속은 국민들이 식상한지 오래며 이제 근절에의 기대나 신뢰도 갖지 않는다.
오히려 특정지역에 격리시켜 시대와 여건의 변화에 알맞은 새로운 기준을 정해 양성화하는 것이 낫다. 선량한 주민들이 잠이나 편히 잘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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