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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5명 한꺼번에 숨진 렌터카 참사 원인 분석해봤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교생 5명이 한꺼번에 숨진 대구시 달성군 교통사고는 운전 미숙, 안전벨트 미착용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경찰은 잠정 분석하고 있다. 운전자인 고교생은 면허를 딴 지 7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비가 내려 길은 미끄러웠다. 사고 직전 술을 마신 정황도 포착됐다. 운전자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

4일 대구 달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4시25분쯤 달성군 논공읍 남리 5번 국도에서 현풍면을 지나 화원읍 쪽으로 달리던 K5 승용차가 도로 오른쪽 옹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에 타고 있던 고교생 5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모두 숨졌다. 경찰은 차량 앞 부분이 심하게 파손된 점으로 미뤄 차량이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회전한 뒤 옹벽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차는 대구 A고교 3학년 최모(19)군이 운전했다. 함께 타고 있던 4명은 대구시 달서구와 달성군의 고교에 다니는 3학년으로 모두 최군의 초등ㆍ중학교 친구들이다.

경찰은 고속도로가 아닌 국도(왕복 4차로, 제한속도가 70㎞)에서 난 사고로는 피해가 너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음주운전이나 과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경찰은 최군의 음주 여부를 가리기 위해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다. 차량도 5일 국과수에 맡기기로 했다. 사고 차량에 장착된 사고기록장치(EDR)를 분석해 과속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EDR을 분석하면 사고 직전의 최고속도, 제동여부 등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DR은 동영상과 음성 까지 담기는 일반 '블랙박스'와는 달라 사고 차량에 동영상과 음성 기록은 없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군 일행 5명은 사고 전날인 2일 오후 3시 달성군의 한 렌터카 업체에서 차를 빌렸다. 이어 4∼5시간 뒤 인근 노래방에 갔다. 이후 노래방에서 나온 뒤 차를 타고 논공읍·현풍면 일대를 다닌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다음날 새벽 이들 5명은 현풍면에 사는 친구 2명을 만나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군이 술을 마셨는지는 10일쯤 뒤 혈액검사 결과가 나와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며 “포장마차 주인을 상대로 주류 판매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들 7명 모두 1997∼98년생으로 일부를 제외하곤 만 19세 미만으로 술을 마실 수 없다. 청소년보호법은 만 19세 미만 청소년에게 술을 판매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장마차를 나온 후 현풍면에 사는 친구 2명과는 헤어진 뒤 최군 등 5명은 귀가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올해 2월 운전면허를 딴 최군이 과속하다 빗길에 미끄러지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운전미숙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인 최군을 제외한 다른 4명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한다.

안전벨트를 맨 운전자 최군까지 숨진 데 대해 경찰은 "2013년식 2000CC여서 에어백이 창작됐을 텐데 사고 차량에서 에어백이 터진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이 부분도 국과수에서 조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도로에 문제가 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사고 지점은 직선 구간으로 평소 과속차량이 많다고 경찰이 전했다.

숨진 학생들은 달성군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부모들은 사고 직후 병원 등 세 곳에 흩어져 있던 이들을 이곳에 함께 안치하고 5일 오전 합동 장례식을 치르기로 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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