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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을 캔버스 삼아 유색 벼 심었더니…가을 들녘이 작품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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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자체가 지역 홍보를 위해 만든 논 그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충북 무예마스터십, 강릉 동계올림픽
충주 반기문 사무총장, 괴산 손오공
지자체 홍보 위해 만든 논 그림 눈길
더 오래 감상하도록 수확 늦추기도

이 그림은 논을 캔버스 삼아 다양한 색깔을 띠는 벼를 심어 만든 것이다. 흑색·황색·자주색 벼가 8월 들어 고유의 색을 띠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손오공 캐릭터 등이 들녘에 나타나고 있다. 벼 품종가운데 자도벼·황도벼 등은 자라면서 잎이 각각 자주·노란색을 띤다.        

유색 벼로 그린 논 그림이 가을을 맞아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순서대로 충북 청주시의 태권도 선수 발차기 논 그림과 충주시 모시래뜰에 있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원숭이 해를 상징하는 괴산군의 손오공,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알리는 강원 강릉시의 스피트 스케이팅 논그림. [사진 각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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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는 2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2016 청주 세계 무예 마스터십’을 홍보하기 태권도 선수가 발차기를 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청주공항 인근 논 1만6000여㎡을 임차해 적색·흑색·황색 벼를 심어 홍보 그림을 만들었다. 가로 160m, 세로 100m 규모다. 중국어와 영어로 ‘2016 淸州 世界 武藝大師大會(청주 세계무예대사대회)’, ‘MARTIAL ARTS MASTERSHIPS(마셜 아츠 마스터십)’의 문구를 넣어 청주공항을 오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볼 수 있게 했다. 고찬식 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청주를 찾는 외국인들에게 볼거리가 될 것”이라며 “농경지가 대형 광고판과 같은 홍보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학창 시절을 보낸 충주에는 최근 반 총장을 형상화한 대형 논 그림이 등장했다. 충주시가 달천동 충주종합스포츠타운 터 앞 모시래뜰 9917㎡에 반 총장이 밀짚모자를 쓰고 수확한 벼를 들고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5월 16일 일반벼를 심고 열흘 뒤 그림 형태에 따라 유색벼를 추가로 심었다. 그림을 정교하게 하려고 인부 20여 명을 투입해 도안(圖案)에 맞춰 직접 손으로 식재했다. 배종성 충주시농업기술센터 팀장은 “내년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을 홍보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군 문광면 신기리 일원에는 손오공이 등장했다.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괴산을 찾아오는 모습을 연출했다. 괴산군이 지난해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를 성공리에 마친 지역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유기농 괴산’이란 글씨를 넣었다. 올해가 ‘원숭이의 해’라는 점에 착안해 손오공을 메인 캐릭터로 잡았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스케이트 경기가 열리는 강원 강릉시는 사천면 논 1.5㏊에 ‘2018 빙상경기개최도시 강릉’이라는 문구와 함께 스케이트 선수가 힘차게 질주하는 모습을 그렸다. 시는 더 많은 관광객들이 감상할 수 있도록 10월말까지 수확을 미루도록 했다.

논 그림은 2008년 괴산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당시 ‘농악놀이’를 표현한 이후 올해로 9년째 다양한 그림을 선보이고 있다. 논 그림이 관심을 끌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도 지역 축제나 특산물을 홍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최종권·박진호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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