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애국가 들으며 소름이 돋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축구대표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리우 올림픽의 아픔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는 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에서 득점은 없었지만, 빼어난 활약으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마치 독기를 품은 듯 활기찬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선제골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손흥민은 전반 20분 중국 진영 왼쪽 페널티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반칙을 얻어내 직접 프리킥했다.

그가 중국 골문을 향해 날린 프리킥은 지동원의 머리에 닿은 뒤, 중국 수비수 몸에 맞고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 자책골은 손흥민의 프리킥이 예리했기에 가능한 골이었다.

손흥민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과 과감한 슈팅은 중국 수비에 균열을 내기에 충분했다.

구자철이 터뜨린 결승골 또한 손흥민의 과감한 측면돌파 덕분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축구는 어차피 결과로 얘기하는 것이다. 어려운 경기를 하고도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UAE(아랍에미리트연합)에 졌다고 들었다. 우리는 첫 단추를 비교적 잘 꿴 것 같아 만족한다. 사소한 실수도 있었지만, 3-0까지는 정말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소한 실수로 실점해서 당황했다. 선수들이 3대 2에서 마지막까지 버티려는 의지가 강해서 감동했다. 나도 끝까지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경기 중 교체되면서 불만을 표시한 것에 대해서는 "나는 항상 욕심이 많다. 표정도 자제해야 하는데 경기하다 보면 승부욕이 많아서 그렇게 된다"고 해명했다.

손흥민은 이날 자신이 넣은 골이 아님에도 관중석을 향해 환호를 요구하는 손짓을 하는 등 과감한 제스처를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많은 중국 팬들 앞에서 중국 선수나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우리가 만만한 팀이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팬들도 중국팬보다 더 멋있는 모습을 보였으면 해서 호응을 유도했다. 생각만큼 잘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쑥스러워 했다.

손흥민은 곧바로 소속팀 토트넘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6일 치러질 시리아전은 출전하지 못한다.

그는 "너무 아쉽다. 동료들과 감독님에게 미안하다. 대표팀에서 뛰는 건 늘 행복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오늘도 많은 관중 앞에서 애국가를 듣는데 소름이 돋았다"며 "동료들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응원하겠다. 나 또한 소속팀에서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