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유방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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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방암은 우리나라에서는 자궁암·위암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암으로 여성 암환자 10명에 1명 정도가 된다.
또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여성은 81년에 2백 47명, 82년 3백 39명, 83년 3백 68명, 84년 4백 8명으로 전체 여성 암 사망자의 4%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암발생률에 비해 사망률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조기 발견이 가장 쉬운 암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이로 인한 희생자가 결코 적은 편은 아니다. 유방암의 희생이 많은 것은 여성의 상징으로 생각되는 유방을 절제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진단과 치료의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에는「유방을 잘라 내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여성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전만큼 잘라 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치료 기술도 발달되어 있고 또 유방을 재건하는 성형 기술도 많이 발달되어 있어 유방암에 대한 두려움은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얼마나 일찍 발견하고 치료에 임하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다행히 유방암에 대한 의식이 많이 향상되어 조기 진단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 부산대 의대팀 조사에 의하면 예후가 극히 좋은 I기(5년 생존율 90∼95%), 그러니까 암덩어리가 직경 2cm 미만에 병원을 찾는 비율이 73∼79년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12%였으나 80∼84년에는 38%로 크게 높아지고 있으며 다른 병원의 통계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방암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군으로는 ▲40세 이상의 여성 ▲임신 출산 경험이 적은 여성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은(생리기간이 긴) 여성 ▲모유 수유기간이 짧은 여성 ▲어머니쪽으로 유방암 환자가 있었던 여성 ▲뚱뚱한 여성 ▲피임약을 오래 복용한 여성 등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의 발생 위치는 바깥쪽(겨드랑이쪽) 윗부분에 가장 많이 생기고(50%정도) 다음이 안쪽 윗부분과 가운데 부분(유두 주변)이 각 15∼20%정도며 좌우 반반 정도이나 양쪽에 다 있는 경우도 5∼6%정도가 된다.
유방은 스스로 보기 쉽고 만지기 쉬운 곳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선경을 쓰면 자신이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는 이점이 있다.
연세대 의대 이경식 교수(일반외과)는 유방암의 증상(증후)으로 촉감이 딱딱하고 불규칙하며 주위조직과 경계가 불명확하고 잘 움직이지 않는 멍울이 만져지면 일단 의심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밖에 ▲유방의 모양이 변하거나 ▲유방이나 유두가 추켜 올라가거나 ▲유두가 안쪽으로 들어가거나 ▲유방에 쑥 들어간 보조개가 있거나 ▲피부가 감귤껍질처럼 보이거나 ▲유두로부터 불그스름한 분비물이 나온다거나 ▲겨드랑이가 붓거나 멍울이 만져지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유방이 아픈 등등의 증후를 보인다.
이 교수는 이러한 증후를 염두에 두고 월 1회정도는 일정한 날에 자기 검진을 꼭 하도록 권한다.
생리일 전후에는 유선의 변화가 있어 잘못 판단하기 쉬우므로 생리가 끝난 후 1주일쯤 해서 거울 앞에 서서 유방의 모양·크기·높이·유두의 방향과 유방 전체의 모양을 살펴보고 다음에는 두 팔을 머리위로 올리고 다시 관찰한다.
그 다음에는 누워서 부드럽게 만져 보거나 목욕 샤워 때 비누를 묻혀 조심스럽게 살펴본다.
그러나 1cm 미만의 작은 멍울은 스스로 찾아내기 힘들고 또한 자기 진단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므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대개 고위험 군에서는 6개월에 1회, 그 외에는 1년에 한번은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의사로부터 자기검진법을 자세히 배워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유방암의 진찰은 병원의 경우 대개 일반외과에서 하게 되는데 이 교수는 유방암 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올 때는 ▲상·하의가 붙지 않은, 탈의가 편한 차림을 하고 ▲브러지어나 내의는 새것을 입지말고 가능한 전날 입던 것을 입고 ▲유방을 너무 깨끗이 닦고 오지 않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간혹 멍울이 만져진다하여 무조건 유방암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양성혹인 경우가 훨씬 많으므로 (특히 젊은 여성일수록)자세한 진단을 받은 후 여부를 가려야 한다.
진단은 유방 방사선 촬영 유방 초음파 촬영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의심되는 경우 확진을 위해 조직검사를 하게 된다.
유방암의 치료는 역시 수술. 고려대 의대 김세민 교수(부속 구로병원 일반외과)는 과거에는 종양을 포함한 유방의 복벽에 부착된 모든 조직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근치적 유방절제술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80년을 전후해 점차 절제 범위가 좁은 보존적 절제수술 족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방법은 수술 후 5년 생존율에서 큰 차이가 없으며 재건 성형을 할 때도 유리하다는 것이다.
인제의대 서현숙 교수(서울백병원 치료방사선과)도 근래 초기 유방암의 경우 가능한 한 적게 갈라내고 방사선치료를 함으로써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재발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되도록 많이 자르는 입장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많이 자를수록 정신적인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다는 점에서 암 부위만 제거하고 그 주위조직에는 방사선을 조사하는 경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주요 치료법은 수술 후의 내분비치료.
가톨릭의대 김인철 교수 (강남성모병원 외과) 는 최근에 와서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내분비치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치료 성적도 많이 향상되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난소나 뇌하수체 부신 등을 절제하는 내분비선 제거술을 썼으나 최근에 와서 스테로이드 호르몬 수용체의 측정 방법이 고안되고 용이해져 이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ER)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를 측정해 이들이 모두 양성이면 80% 정도에서 내분비치료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김인철 교수팀의 조사에 의하면 유방암 환자의 43%정도가 ER와 PR가 양성으로서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항에스트로겐 제제인 타목시펜을 하루 4알씩 1년, 그 후 2알씩을 경구 투여함으로써 재발률을 줄이고 생존 기간도 많이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밖에 내분비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경우 CMF(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 메소트렉세이트, 5-Fu) 등 화학요법을 쓰게 된다.
한편 유방의 재건 성형에 대해 고려대 의대 백세민 교수(부속 구로병원 성형외과)는 등이나 하복부 엉덩이 등의 여유있는 조직을 이식하거나 실래스틱 등 이물질을 삽입해 성형을 한다고 말하고 과거에는 암제거 수술 후 5년정도를 기다렸다가 유방 재건성형을 했으나 요즘은 수술 상처가 아문 후 바로 하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성형효과도 좋다고 설명한다.

<신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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