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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법정관리로 가는 한진해운, 산업 파장 최소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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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해운업 구조조정의 핵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커졌다. 채권단이 어제 만장일치로 자율협약을 끝내고 추가 자금지원도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은 그동안 최소 1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은 5000억원을 제시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한진그룹이 회사를 살릴 의지가 없는데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는 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영구채 인수 등으로 이미 2200억원을 지원했는데 1조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라는 건 무리”라며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결정이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양측 모두 자기 돈을 넣어봐야 경영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자율협약이 끝나는 9월 4일까지 시간이 남아 있지만 협상의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회생이 불가능한 부실기업은 당연히 솎아내야 한다. 구조조정을 미뤄오다 국민적 골칫덩이가 된 대우조선해양이 타산지석이다. 필요하면 법정관리와 청산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한진해운은 세계 8위 해운사다. 컨테이너선 99척, 전용 터미널 11개를 보유하고 세계 74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법정관리가 물류와 수출입에 미칠 영향이 막대하다. 당장 운송계약 해지, 선박 압류, 용선 계약 파기 같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를 최소화하지 못하면 한진해운은 물론 연관 산업과 전체 수출입까지 영향 받을 수 있다. 개별 회사의 생사가 아닌, 무역항로와 거점이라는 네트워크 자산의 관점에서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평소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시각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해운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구조조정의 한 과정일 뿐이다. 법정관리로 간다 해도 청산, 현대상선과의 합병, 매각 등 다양한 선택지가 남아 있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고 해운업과 국가 경제를 위한 최선책을 찾는 게 정부와 채권단의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