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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삼성전자 '백혈병' 직원 3명에 "산업재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과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아 사망했거나 투병 중인 근로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지 못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30일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모씨의 부인 정모(39)씨와 전 직원 김모(47)씨 등 3명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함께 소송을 냈던 나머지 2명의 원고에 대해서는 지난 2014년 근로복지공단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백혈병과 작업 환경 간 인과관계를 인정한 원심이 그대로 확정됐다.

앞서 김씨 등 5명은 “삼성반도체에서 근무 중 백혈병에 걸렸으므로 산재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 급여 등을 신청했다.

사연은 이렇다. 황씨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부천과 온양사업장 절단ㆍ절곡 공정을 담당하며 7년간 일한 뒤 퇴사했다. 하지만 9년 뒤인 2005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세정한 설비를 재조립하거나 소모품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실리카’ 등 유해물질에 노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부천과 온양사업장 절단ㆍ절곡 공정을 담당하다 1996년 1월 퇴사했다. 그후 6년 뒤인 2005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1993년 입사해 온양사업장 도금 공정에서 근무하던 송씨는 1998년 퇴사한 뒤 10년 만인 2008년 악성 림프종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 투병 중이다.

이에 황씨의 아내는 2008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 및 장의비 지급신청을 했고 김씨와 송씨는 각각 같은 해 4월과 12월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백혈병 발병과 삼성반도체 근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고 소송에 이르게 됐다.

1, 2심은 원고 중 김씨 등 3명에 대해선 “유해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피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나머지 원고 2명에 대해서는 “사업장 근무 중 각종 유해 화학물질과 미약한 전리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병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2심도 “업무수행과 발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1심과 같이 패소 판결했다.

윤호진 기자 yoong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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