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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사드 배치 반대 여부, 의원들 중론에 따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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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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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29일 오전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와 함께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했다. 현충탑 앞에서 헌화·분향한 추 대표는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찾아 참배했다. 추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분향하고 있다. [사진 강정현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건국절 법제화’ 등 여권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으면서다. 하지만 강경책만 쓰진 않았다. 추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관련해선 “반대 소신에 변함이 없지만 반대 당론을 채택할지는 의원들의 중론을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강한 야당을 추구하는 동시에 안보 분야에선 ‘수권 정당’의 면모를 고려하는 ‘투트랙 노선’을 선보였다.

“반대 소신엔 변함이 없지만…”
안보문제 강·온 투트랙 전략
박 대통령의 건국절 법제화 비판
3년 불참 5·18 기념식 참석 촉구도

추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회의에서 “박근혜 정부가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의 법통 임시정부를 부정하려 한다”며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일이고 헌법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하는 ‘건국절 법제화’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이어 “대한민국을 두 개의 국민으로 분열시킬 게 아니라 국민 통합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연속 3번이나 불참한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8년간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은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추 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

추 대표는 사드 문제에 대해선 당 대표 당선 이후 “반대 당론을 뚜렷이 하겠다”고 해온 태도에서 변화를 줬다. 추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6년간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외교·안보를 주제로 강의를 하기도 했는데,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제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하지만 당론은 의원들의 중의를 모아 결정하는 것이므로 2일 의원 워크숍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표는 “외부 전문가를 모셔 공론의 장을 열고 관심 있는 의원들이 판단할 기회를 드릴 것”이라며 “내 의견대로 관철하는 게 아니라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정하면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 대표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김대중·김영삼·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차례로 참배하며 통합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이 자리에선 “한 시대마다 그 시대의 과제가 있는데, 오늘날은 민생을 살리라는 시대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하나로 통합하라는 시대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같은 58년 개띠지만 왕선배님”=추 대표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야당을 대표해 국민의 민심이 바라는 것을 잘 전할 테니 국민의 목소리로 경청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모두 58년 개띠이지만 추 대표님은 저보다 12년 먼저 국회의원이 돼 의원으로선 대선배님을 넘어 왕선배님”이라며 “국회에선 왕선배로 모시겠다”고 몸을 낮췄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추 대표가 당 대표실로 찾아오자 “21년 전 김대중 총재를 찾아뵙고 입당하는 것을 제가 봤는데 당 대표로 뵙게 됐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감개무량하다”면서도 “김대중 대통령님의 유언이 ‘꼭 통합하라’였는데, 대통령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읽을 수 있는 박 대표인 만큼 꼭 통합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장정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한 방 먹인다”고 받아넘겼다.

추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선 포옹을 한 뒤 지난해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를 거론하며 “합의라고 할 수 없는 굴욕”이라 고 말했다.

글=김성탁·이지상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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