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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핫 이슈] 인기연예인 '괴담' 감수해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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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인기 연예인들은 사이버 세상에서 죽었다 살아나는 환생을 거듭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괴담(怪談)에 시달리기도 한다.

익명의 장막 뒤에 숨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게시판이나 메신저를 통해 스타들을 마음껏 요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사이트의 연예 관련 게시판에는 많게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괴담이 올라와 시끌벅적하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으로 많은 기사를 접하다 보니 그럴 듯하게 가공하고 꾸미는 솜씨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소위 '~하더라 통신'으로 불리는 스타괴담은 인기인들이 유명세를 치르는 하나의 통과 의례로 볼 수도 있으나 당하는 입장에선 매우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오프라인 매체나 입소문이 아닌, 무서운 전파력을 가진 사이버세계에서 퍼지는 악의적인 소문은 일파만파의 파문을 일으키곤 한다.

지난 15일 한 네티즌의 엉뚱한 교통사고 사망설 유포로 곤욕을 치른 모델 겸 탤런트 변정수씨는 본의는 아니지만 운좋게도 다시 한번 더 세상을 사는 신세가 됐다.

변씨의 '사망설 소동'은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시작됐다. 한 여대생이 우연히 다른 교통사고 기사를 보고 장난삼아 피해자를 변씨로 바꿔 게시판에 올린 것이었다.

이 기사의 경우 내용만 본다면 누구라도 속아 넘어갈 정도로 사고 장소와 시간, 그리고 당시 변씨의 이동경로 등이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변씨의 사망설이 유포된 직후 네티즌들은 즉각 민감하고 긴박한 반응을 보였다. "뉴스에 나왔다는데 보신 분 있나요","언니 하늘에서 더 행복하세요","거짓말 같아 믿을 수 없다"등 다양한 글들이 게시판을 장식했다.

이후 기사 조작이 밝혀져 변씨가 기사를 유포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고 경찰에 고발하고 방송에 출연, 억울함을 호소한 것에 대해서도 네티즌들은 옥신각신했다.

변씨에게 우호적인 팬들은 "소문을 듣고 마음이 무척 아팠는데 해프닝으로 끝나서 정말 다행"(limis77)이라고 했다.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사람 목숨을 갖고 장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근거 없는 괴담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감내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에 본인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니 공인으로서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느냐는 글도 간간이 올라왔다. 원래 소문이라는 것은 급속도로 퍼져나가게 마련이고 대중 앞에 서야하는 연예인이라면 어느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ID가 '오로라'인 네티즌은 "비록 화가 치밀고 분개할 노릇이지만 본인이 엄연히 살아 있다면 꼭 고발까지 해야 했느냐"며 변씨에게 영특하고 재치있는 대처를 주문했다.

"눈물까지 보이며 방송에 나와 억울하다고 주장하기보다는 웃으며 털고 일어났어야 성숙한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네티즌도 있었다.

심지어 "인기를 끌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메뉴도 빠지지 않았다.

이러한 네티즌들의 찬반 논란에 대해 변씨 측은 아예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말꼬리를 잡혀 결국 입방아에 오르내릴 것이 뻔하다는 판단인 듯싶다.

변씨 이외에도 인터넷이 시발점이 됐든 확산매개체가 됐든 사이버상에서 괴담에 시달린 인기연예인은 일일이 거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최근 종영된 인기 드라마의 여주인공 C씨는 음독 사망설로, 가수 L양은 가슴성형 수술설로 시달렸다. 또 탤런트 H씨와 K씨는 각각 교통사고설.트랜스젠더(성전환자) 소문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사망설이 지난 4월 초 유명 인터넷 언론매체나 대형 포털의 뉴스사이트에 공식 기사로 게재돼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사실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고 긴급 속보로 올린 이들 사이트는 뒤늦게 사과 및 정정보도를 내기도 했다.

사이버상에서 연예인 괴담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한 네티즌은 "터무니없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는 거나 그걸 믿고 집단적으로 부화뇌동하는 거나 모두 짜증난다"고 촌평했다.

한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