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내무위공관|자신 없어 회피하는 인상 줘서야|이수근 정치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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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어째 파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3당 총무들이 내무위 등 국회3개 상임위소집을 「쉽게」합의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22일부터 이틀간 열리기로 됐던 내무위가 첫날회의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공전했다.
23일 회의도 정상운영은 난망이어서 22일 밤 자정까지 내무위 소 회의실에서 잡담으로 하루를 허송한 내무위원들의 표정처럼 딱하고 답답하다.
여야의 내무위 소집 합의는 인천사태의 실상과 성격을 두고 엇갈린 주장과 해석으로 맞선 끝에 『누구 말이 맞는지 정말 한번 조사해보자』는 데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내무위의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면 어느 한쪽이「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나게 되고 그에 따라 정치적으로 낭패를 당할 형국이었던 것이다.
지난 19일의 총무회담에서 「공동조사」가 쉽게 합의된 것도 서로 질 수 없고 자신 있다는 기세 때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여당은 내무장관에서부터 주안역장에 이르는 각급 공직자의 출석요구에도 협조를 약속하는 등 총무회담까지는 내무위를 열지 못할 이견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22일에 와 신민당은 당국의 조사는 고문 등 가혹행위로 자백 받은 것을 기초로 하고있기 때문에 정말로 진실을 알려면 당국자 증언뿐 아니라 문익환 목사 등 피의자 및 배후조종 지목자 등의 증언도 공평하게 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조건을 내걸고 나왔다.
이에 대해 민정당 측은 국정조사에 있어서도 진행중인 범죄수사나 소추에 간섭할 수 없는 헌법규정 때문에 구속·수감자의 증언은 부가하나 그 외에는 어느 누구의 증언도 좋다고 맞섰다.
두 주장에는 일견 모두 일리와 타당성이 있는 듯하나 다만 신민당 측이 그런 중대한 요구를 총무회담에서는 왜 제기하지 않다가 이제 와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지가 의아스럽다. 또 합의가 이뤄진 이상 일단 회의를 열고 회의과정에서 따지는 게 순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이제 피의자 또는 구속자의 증인채택이 헌법정신에 저촉되는지의 여부와 그들이 아니고서는 과연 진상조사가 안 되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일인데, 여야 어느 쪽이라도 조사에 자신이 없어 회의를 유산시킬 저의로 까다로운 조건을 낸다거나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안주는 게 좋을 것이다.<이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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