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호전·설비투자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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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경제의 성적표가 오랜만에 좋아졌다.
1년 반 동안 침체의 오랜 그늘에서 살아온 터라 우선 반갑다.
20일 한은이 발표한 1·4분기 GNP 잠정추계 결과를 살펴보면 84년 2·4분기이후 가장 높은 9.7%의 성장률도 괜찮은 것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한동안 제몫을 못하고 있던 제조업 부문의 호전, 활발한 설비투자 등 내용도 좋다.
물론 비교 시점인 작년1·4분기의 성장률이 4.5%로 매우 낮았었던데 따라 상대적으로 더 높아지기도 했고 호전의 배경이 주로 대외적 요인에 있음도 부인할 수 없지만 결과가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부문별로 보자.
제조업은 11.4%(전년 동기는 4.2%)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는데 이는 84년 3·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중화학 공업 쪽에서 ▲자동차 엔진·사무용 기기 등 일반 기계가 32·5% ▲승용차·선박 등 수송용 기기가 29.6% ▲VTR·전화기 등 전기 기기가 19.3%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고 경공업 쪽에서는 ▲운동화·타이어 등 고무제품 생산이 28.7% 늘어났다.
이에 비해 합판·목재 등 나무제품은 마이너스15.3% ▲술·청량음료 등은 마이너스 2.3%로 뒷걸음질쳐 경기가 전 업종에 고르게 확산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편 건설업은 중부고속도로·댐 공사·부산항 확장 등으로 공공건설은 15.2%나 늘었지만 민간 건설 쪽은 주택과 공장건설의 부진이 여전하고 상업용 건물 등이 침체돼 오히려 0.8% 감소됐다.
건설업 자체로도 2.4%성장의 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서비스업은 ▲도·소매, 음식·숙박업이 10.4%(전년동기4.5%) ▲운수·창고·통신업이 10.6%(전년동기 4.3%)의 높은 성장을 보인데 힘입어 9.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부문별로 다소의 반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음은 분명하다.
투자 쪽의 지표도 오랜만에 나아졌다.
지난해 연율로 2.8%의 저 성장에 그쳤던 총 고정투자는 1·4분기 중 10.1%성장을 보였고 특히 기계설비투자는 21.4%의 높은 신장률을 보였다.
기계설비 투자의 증가는 매우 소망스러운 일인데 그 상당 부분이 금속공작기계·사무용 기기·정밀 기기 등 수입자본재의 대폭 증가로 나타났다는 점이 주목된다.
1·4분기중 수출입을 보면 상품수출이 19.6% 늘어난데 따라 수입도 13.1%늘었다.
수입의 경우 원유를 비롯한 원목·철강 등의 수입이 격감했는데도 불구하고 기계 설비의 수입급증에 따라 기대한 만큼의 수지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1·4분기 우리경제의 모습은 외형적으로 침체국면을 벗어나 높은 성장을 보여 주었지만 아직도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여건의 호·불호에 따라 좌우되다시피 하는 우리경제의 지나친 대외 의존적 체질을 구조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지속적인 성장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우리경제의 자생적 기반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현재의 이른바 3저의 호재는 언제 악재로 바뀔지 모른다.
또 하나 우려될 점은 애써 번 돈 중 해외로 빠져나가는 몫이 갈수록 커진다는 점이다.
1·4분기 중 해외로 빠져나간 몫은 4천8백9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어났다.
국제금리가 다소 내렸다해도 외채총액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노력의 성과를 갉아먹는 외채의 규모자체를 줄이는 노력이 시급하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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