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라기 프랑스인 한국서 목숨 건진 사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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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찾은 한 프랑스 관광객이 한국 의료진의 발 빠른 대처로 죽을 고비를 넘겼다. 사연의 주인공은 프랑스 파리에서 북쪽으로 130㎞ 떨어진 작은 도시 아미앵(Amiens)에 사는 샤트레인 카트린(58·여)씨.


2년 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그는 자칭·타칭 ‘한국 바라기’가 됐다. 왼팔에 태극기와 ‘사랑해요’라는 한글 문신을 새길 정도였다.

이달 1일 한국을 다시 방문하며 그는 2년 전 깊은 인상을 받았던 한국의 전통 문화를 보다 자세히 체험해보고 싶었다. 이번엔 딸과 함께였다. 서울과 안동·경주·부산·전주를 둘러보는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제가 생긴 건 11일 오후 3시, 지방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와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짐을 찾던 순간이었다.

왼손에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쥐고 있던 가방 손잡이를 놓쳤다. 무슨 일이냐며 주위에서 걱정의 말을 전했지만 카트린씨에겐 들리지 않았다. 급기야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긴박했다. 함께 단체여행에 나섰던 프랑스 거주 한국인이 이를 이상하게 여겨 재빨리 그를 인근 서울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병원은 급성 뇌졸중으로 판단했다. 즉시 ‘응급 뇌경색 프로토콜’이 가동됐다. 신경과 이기정 교수의 진두지휘 아래 뇌 CT를 촬영했다.

촬영 결과 뇌경색에 의한 뇌졸중이었다. 이 교수는 곧바로 혈전용해제(t-PA)를 투여했다. 보통은 혈전용해제 투입으로 증상이 호전되지만, 카트린씨는 최대허용치에도 상태가 개선되지 않았다. 당장 중재시술이 필요했다.

곧바로 영상의학과·신경외과 교수진이 소집됐다. 영상의학과 김범수 교수의 분석 결과 오른쪽 중대뇌동맥이 막힌 상태로 확인됐다.

이번엔 신경외과 신용삼 교수가 나섰다. 환자가 127㎏에 달하는 과체중인 데다 혈관 모양마저 특이해 시술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뇌 속 혈전을 완전히 제거했다. 신경학적 후유증이 전혀 남지 않는 등 시술은 성공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프랑스 의사면허를 보유한 옥진주 국제진료센터장은 이 모든 과정을 프랑스어로 설명하며 환자와 보호자를 안심시켰다.

빠르게 회복한 환자는 하루 만에 중환자실에서 신경과 뇌졸중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카트린씨는 재발을 막기 위한 추가 시술까지 받고서 지난 20일 오전 건강하게 퇴원했다.

그를 담당한 이기정 교수는 “뇌졸중 의심 환자가 병원에 오면 40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있도록 평소에 철저히 훈련한 결과”라고 말했다.

카트린씨는 “문신을 새길 정도로 동경하던 나라에서 목숨까지 건져 의미가 깊은 것 같다”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선진국보다 뛰어난 한국의 의술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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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구 기자 kim.jingu@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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