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버스 기사 분신으로 관광버스 승객 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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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대만 타오위안에서 중국인 24명 등 26명을 태운 관광버스가 불에 타고 있는 모습.

지난달 19일 중국인 관광객 24명 등 탑승자 26명 전원이 사망한 대만 관광버스 화재 참사 원인이 만취한 버스 운전 기사의 분신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연합보(聯合報) 등 현지 언론은 지난달 19일 오후 타오위안(桃園)에서 발생한 버스 화재 참사가 버스 기사 수밍청(蘇明成)이 만취 상태로 분신을 하다 발생한 것으로 검찰이 최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타오위안 지방검찰은 화재 원인을 버스 불법 개조와 전기 제품 과다 사용으로 인한 전류 과부하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수사 과정 중 화재 차량에서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 5개가 발견되고 수밍청의 시신 부검 결과 혈액과 소변, 위 속에서 알코올 성분이 검출되면서 검찰은 추가 수사 통해 "운전기사 수밍청이 운전 중 스스로 몸에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했다"고 결론을 냈다. 사고 당시 수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07%로 한국 기준으로는 면허 취소(0.1%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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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버스업자 400여명이 250대 버스를 동원해 대만 교통부 청사 주위를 둘러싸고 항의하는 모습.

중국과의 양안관계를 악화시킨 버스 참사 원인이 버스기사의 분신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자 여론은 당국의 버스기사 관리 부실을 비난하는 등 들끓고 있다. 실제로 차이잉원 정부가 출범한 5월 20일부터 8월 23일까지 대만을 찾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8.9% 줄어든 것으로 집계돼 있다.

또 버스업계에서도 정부가 책임을 버스업계 전체에 미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참사 직후 대만 당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해 서둘러 수사에 나서 버스 결함 등을 문제 삼았다. 또 모든 관광버스에 대한 전면 안전 점검과 비상 탈출용 창문 설치를 의무화했는데 이 과정에서 비상 탈출용 창문 설치 비용을 버스업계에 부담시켰다.

이날 수도 타이베이 소재 교통부 청사 앞에는 관광버스업자 400여명이 버스 250대를 동원해 “당국이 개인의 잘못을 버스 업계 전체로 책임을 전가해 관광버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했다”며 항의 시위에 나섰다. 시위에 참가한 한 버스 기사는 참사 이후 “우리를 보는 단체 관광객들의 눈초리가 멸시로 변했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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