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급증…도축장 울상 영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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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영국에 채식주의자의 수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면서 영국 바구니시장 유통구조의 한 귀퉁이가 눈에 띌 정도로 변모하고 있다.
『붉은것(육류)에서 푸른것(채소)으로』라는 얼핏 들으면 사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캠페인처럼 보이는 이들 채식주의자의 구호에 따라 이미 영국내 2개소의 도축장이 문을 닫고 주요 전국 연쇄슈퍼마킷에서 「채식주의자코너」 를 마련, 짭짤한 재미를 보는 등 이들 채식주의자의 움직임은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또 이미 5개나 발행되고 있는 채식주의자용 정기간행물이 최근 3개가 창간 돼 8개로 늘었고 이들 잡지의 광고수입도 최근 10배나 껑충 뛰는 등 「푸른색」으로의 전환이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영국에는 약 3백만명이 채식주의자로 집계되고 있으며 특히 16세에서 24세사이의 여성 인구중 10%가량이「붉은색 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는 것.
또 신간 채식주의자용 잡지가 발행되기도 전에 수천명의 「채식 희망자」가『잡지가 언제 나오느냐』 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채식주의 운동이 상당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영국의 이 같은 입맛 변화는 최근「식품정책에 관한 의학적 연구위원회」 라는 단체가 식이요법과 심장병 관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육류 섭취를 줄이고 섬유류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들도록 권고한 것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또 각종 책식주의자 단체들이 정기간행물 발간등을 통해 맹렬한 채식캠페인을 벌인 탓도 있으나 동물애호가들이 동물 살육에 대한 반대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인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채식주의 단체중 하나인 베간 소사이어티는 매달 회원이 1백50명씩 늘어나고 있고 이 단체는 계간으로 l만부 짜리 잡지를 발행, 덤으로 상당한 광고수입을 울리고 있다.
다른 채식주의자용 잡지들도 부수가 늘어나 8만부씩 발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기구도 커지는 등 새로운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고 있다.
이들 중 격월간으로 발행되는 한 잡지는 1백38년전인 l848년부터 발행을 계속해오고 있으나 최근 3년들어 발행부수가 50% 늘어 현재 2만2천부를 찍고 있다.·
이같은 출판계의 활발한 움직임 못지 않게 마크스 앤드스펜서, 부츠, 애스더 앤드베즈먼등 많은 대형 슈퍼마킷 경영자들도 슈퍼마킷안에 채식주의자 전용코너를 따로 마련해 채식주의자용 식품을 팔고 있는데 매출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 슈퍼마킷은 식품체조회사들과 계약, 두유등 채식주의자용 즉석식품을 대량 주문, 식품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또 이들 스스로 채식주의자용 요리책을 발간, 배포하는등 「푸른혁명」을 부채질하고 있기도 하다.
식품업계에서는 이같은 채식주의 운동에도 불구하고 육류소비가 줄어들 기미는 없다고 완강히 부인하고 심지어 육류 가공업체는 이 같은 채식주의 운동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나 세인즈버리사의 경우 도축장 2개소가 판매량이 줄어 스스로 문을 닫았다.
한 슈퍼마킷 경영인은 『오늘날 채식주의자는 소수그룹에서 강력한 구매세력으로 급성장해 이들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실토하고 채식주의자용 식품판매 광고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만간 채식주의자들을 노린 피비린내나는 치열한 광고및 판매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이들은 내다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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