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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여성 결혼하면 강제 퇴사…성차별 관행 60년 이어온 금복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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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주류업체 금복주가 60여 년간 ‘결혼한 여직원은 회사를 나가야 한다’는 등 성차별적 인사 관행을 이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복주는 연 1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구·경북 지역 소주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거절한 디자이너, 판촉부 발령도
인권위 조사서 확인해 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주회사 금복홀딩스와 금복주 등 4개 회사에 대한 직권조사 결과 성차별적 고용·인사 관행이 확인돼 시정을 권고했다고 24일 밝혔다. 결혼을 이유로 퇴사 압력을 받아 온 A씨가 지난 1월 성차별적 인사 조치에 대해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금복주의 성차별적 인사는 채용과 승진, 직원복지, 임금 등 전반에 뿌리 깊게 박혀 있었다. 여성 직원은 경리·비서 등 직급이 낮은 직무에만 배치하고 원천적으로 승진에서 배제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1957년 금복주 창사 이래 결혼한 사무직 여성은 한 차례의 예외도 없이 전원 강제 퇴사 조치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혼 여성이 사무직으로 근무할 경우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복지 비용은 더 많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인권위 조사 결과 이 회사에서 핵심 직군이라 평가받는 영업·관리직 170명 중 여성은 A씨 단 한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 지난해 10월 결혼 소식을 회사에 알리자 팀장으로부터 퇴사 압박을 받았다. 그가 퇴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회사 측에서는 지난해 12월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를 판촉 부서로 발령 냈다. 이후 판촉 부서에서도 주요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등 조직적인 퇴사 압력이 가해지자 그는 지난 3월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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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는 것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사항이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금복주 측에 현행법 위반임을 알린 뒤 “인사운영 전반에 걸쳐 남녀 차별적인 관행을 개선하고 성평등한 인사 운영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금복주 측에선 인권위 직권조사가 시작되자 여성 직원에게 퇴사를 강요한 사실을 인정한 뒤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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