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시대와 경제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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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평균 7%의 실질성징을 목표로 한 제6차 5개년 계획이 정부안으로 제시되었다.
이번 6차 계획안은 여러측면에서 경제계획의 의미를 재음미해야할 시점에서 제시됨으로써 특별한 주목을 끈다.
민간부문과 시장경제의 급속한 발전과정에서 경제계획의 역할과 방향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 것인가, 지난 다섯 차례의 경제계획을 통해 추구해온 목표와 가치들이 앞으로도 계속 유의한가, 또는 경제계획의 내외적 환경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들이 주요 관심사가 되어왔다.
이 같은 일반의 관심에 대해 이번 6차 계획은 계획과정에서의 민간참여확대, 지표위주의 탈피와 제도개선의 추구, 그리고 능률과 형평을 계획의 기본 목표로 제시함으로써 경제계획의 변화를 시도했다. 물론 이같은 변화의 시도는 4차 계획 때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을 요청하는 사회의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점, 그리고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지표중심의 계획방식이 결코 현존의 경제과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새로운 변화의 시도를 주목하고자한다.
이 점에서 볼때 이번 계획의 최우선과제로 제시된 경제제도와 질서의 선진화 문제가 6차 계획의 성패를 가름할 관건이 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복잡다기한 경제구조와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장기적인 경제계획 지표에 집착하는 계획방식은 벗어나야 하며 그보다는 변화의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경제의 원활한 흐름과 창의를 얽어매는 구내의 제도와 질서·관행을 하루속히 개혁하는 일이 최대의 급선무다.
실물의 흐름을 제약하는 금융통제, 공정한 시장질서에 역행하는 특례와 규제, 민간의 창의를 억누르는 제도와 행정의 간섭, 형평과 능률을 저해하는 불공정분배 구조 등을 개선하는 일은 모두가 경제와 산업의 효율, 생산성의 개선뿐 아니라 장기적인 경제구조의 합리화에 직접으로 연관된다.
이같은 제도개선이 먼저 이루어질 때 비로소 6차 계획이 추구하는 총량지표들, 예컨대 연율 7%의 실질성장과 산업구조의 고도화, 새로운 성장주도부문의 대체와 자력성장 목표도 달성될 수 있다.
연간 7%의 실질성장 목표는 외적 여건의 호전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다소 보수적이라는 인상도 없지 않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아 산업의 효율과 생산성, 평균수익률이 추세적으로 하강세에 있고 새로운 산업선도부문이 정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부실산업의 부담이 여전히 누적되어 있는 현실에 비추어 7%의 성장목표는 결코 미흡하지 않다.
오히려 그보다는 국제수지의 균형을 다시 잃지 않으면서 적정성장과 고용을 유지하려면 배전의 긴축과 물가안정, 그리고 투자의 선별과 효율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6차 계획은 계획자체의 구성보다 연차별 운영과정에서 기본정신을 어떻게 유지해 가는가가 보다 중요한 과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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