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청 직원 절반, 옛 경북도청으로 이주…주변 상가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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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북구 산격동의 옛 경북도청. 다음달 1일부터 대구시청 별관으로 사용된다. [사진 대구시]

대구시가 시청 별관을 옛 경북도청으로 이전키로 함에 따라 주변 상가가 술렁이고 있다. 중구 동인동의 현 별관 주변 상인들은 손님이 줄 것이 뻔하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반면 북구 산격동의 옛 경북도청 주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시청 주변 건물에 나눠졌던 부서들
다음달 9일까지 순차적으로 이사
동인동 찜갈비 골목 등 타격 우려
도청 이전 산격동 상가는 다시 활기

대구시는 다음달 1일 고용노동과·첨단산업과 등을 시작으로 9일까지 이전 대상 부서의 이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옛 경북도청에는 창조경제본부·미래산업추진본부·녹색환경국·건설교통국·도시재창조국·감사관실 등 2본부 4국(36과)과 건설본부가 이전한다. 업무의 효율적인 처리를 위해 이들 부서를 지휘하는 경제부시장도 함께 사무실을 옮긴다.

옛 경북도청에서 근무할 인원은 817명으로 시 전체 공무원(사업소 제외) 1610명의 50.7%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짐을 옮긴 뒤 다음날부터 정상 근무한다. 창조경제본부를 제외한 이들 부서는 그동안 시청 주변의 동화빌딩·호수빌딩·중구청에 흩어져 있었다. 시청사가 좁아 개인소유의 빌딩 두 곳을 임차보증금 81억원에 연간 임차료 4억2000만원을 내며 별관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경북도청이 안동에 새 청사를 지어 지난 2월 이전하면서 별관을 옛 경북도청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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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빌딩 주변 음식점엔 비상이 걸렸다. 대표적인 곳이 10여 개의 식당이 모여 있는 동인동 찜갈비 골목이다. 이곳 손님 중 30% 가량이 공무원이거나 별관에 업무를 보는 민원인이다. 12층 건물인 동화빌딩에는 시 직원 35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B식당 주인 장영숙(64)씨는 “경기침체로 어려운 마당에 별관까지 이전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한숨을 쉬었다. 골목 상인들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통음식인 찜갈비 홍보 강화를 시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수빌딩 주변 상권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도심 지역이어서 큰 피해는 없겠지만 공무원들이 대거 빠져나가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옛 경북도청 주변 상가는 모처럼 밝은 분위기다. 지난 2월 경북도청이 안동의 신청사로 이전한 뒤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2300여 명의 도청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한 주변 업소는 40여 곳. 일부 식당은 손님이 80%까지 줄어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S식당 주인 김경애(63)씨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는데 시 공무원들이 들어온다니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시는 도청 주변 음식점에 대한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직원들이 주변 식당을 이용하도록 구내 식당에선 점심만 제공한다.

홍성주 대구시 정책기획관은 “저녁 회식 때도 주변 음식점을 이용토록 직원들에게 권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 별관 주변 상권 활성화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데다 접근성도 좋아 빈 사무실이 곧 채워질 것으로 예상해서다.

시는 다음달 7일부터 시청과 옛 경북도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시청에서 옛 경북도청까지 거리가 2.5㎞에 이르기 때문이다. 25인승 차량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본청과 별관을 오가는 공무원과 민원인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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