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고교 라이프] 6년째 이어온 경남외고 밤샘 책읽기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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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현

열대야가 기승인 한여름 밤, 학교 도서관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돗자리를 깔고 누웠다. 기숙사에서 가져온 이불과 베개로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잡은 뒤 독서 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모두 '밤샘 책읽기' 행사에 참가한 경남외고 학생들이다.

기숙 학교의 장점을 살린 이 활동은 경남외고만의 독특한 행사다. 올해로 6년째 이어져 내려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학년 구분 없이 희망 학생들에 한해 진행된 이번 행사에도 500여 명이 참가해 대성황이었다. 지난 5일 오후 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각 교실과 도서관에서 학생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독서에 빠져들었다.

평소 학업에 열중하느라 책을 마음 놓고 읽을 수 없었던 학생들에게는 뜻깊은 독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보통은 시험공부를 하거나 자야 할 자정을 넘긴 시각이지만 참가 학생들은 책이 주는 또 다른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듯했다.

경남외고 학생들이 늦은 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경남외고 학생들이 늦은 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학교에서 지급한 돗자리를 바닥에 깔기도 했지만 누우면 졸리는지 그냥 책상에 앉아 읽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도 쏟아지는 졸음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잠을 쫓아내기 위해 교정을 산책하며 머리를 식히거나 화장실에서 세수를 한 뒤 다시 돌아와서 읽는 열정도 보였다. 끝내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기숙사에서 가져온 이불을 덮고 눈을 붙이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읽을 수 있는 책의 종류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교과서나 문제집을 펴는 학생은 거의 없었고 평소 가까이 하지 못했던 소설이나 인문 교양서적, 자기계발서 등이 다양하게 등장했다. 책에 관련된 내용을 서로 이야기하며 소감을 나누는 친구들도 있었다. 9시가 돼 휴식 시간이 돌아오자 각자의 교실로 간식을 먹으러 갔다. 책의 제목과 줄거리, 등장인물 등에 대한 열띤 토론이 간식을 먹는 도중에도 이어졌다.

30분 후 학생들은 본인이 선정한 책의 독후감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서가 아니라 마음의 양식을 채우는 독서. 2학년 김지성 군은 “책 읽는 시간을 따로 만들기 무척 힘들었는데 이번 기회가 책의 본질을 알고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돼 좋았다”고 말했다. 2학년 김수빈 양도 “피곤하기도 했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행사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밤샘 책읽기 행사에 참가한 경남외고 학생들이 각자의 교실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밤샘 책읽기 행사에 참가한 경남외고 학생들이 각자의 교실에서 독서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새벽 6시까지 이어져 정말 ‘밤샘’ 책읽기였지만 학생들의 수면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올해는 새벽 1시로 단축하는 대신 오후 일찍 시작했다. 도서문예부장 주이회 선생님은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고 책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이 행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500명 이상의 학생이 참가해 어수선한 분위기가 될까봐 걱정도 됐지만 학생들이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입시 고민에서 벗어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잠시라도 떨쳐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던 학교에서의 단체 책 읽기가 학창 시절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독서에 대한 열정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유익한 행사들이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글=김지현(경남외고 2) TONG청소년기자
사진=경남외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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