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 사진관] 화려한 불꽃과 어두운 빈민촌… 리우 올림픽의 명과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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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New World)’을 슬로건으로 207개국 1만500여명의 선수들이 28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뤘던 리우 올림픽이 21일(현지시간) 폐막했다. 불안정한 국내 정치상황과 지카 바이러스, 치안 문제로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던 17일간의 대장정은 이날 큰 사고 없이 마무리 됐다.

한국 선수단은 당초 계획했던 10개의 금메달에 하나 모자란 9개의 금메달을 획득,종합 8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1984년 미국 LA 올림픽 이후 8차례 10위 안에 들면서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개최국 브라질은 축구 등에서 7개의 금메달을 따 종합 13위에 올랐다. 브라질은 개막 첫 주 하파엘라 시우바(유도)가 금메달을 딴 이후 한동안 메달을 획득하지 못해 최악의 개최국이 될 것으로 우려됐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높이뛰기·복싱 등에서 금메달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그리고 브라질은 20일(현지시간) 자신들의 국기와 다름없는 축구에서 네이마르가 승부차기 마지막 결승골을 넣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브라질 국민들은 부진할 때도 "비치발리볼과 축구가 중요하다"고 했다. 때문에 올림픽 첫 축구 금메달, 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 굴욕을 당했던 독일에 대한 설욕이라는 점에서 브라질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결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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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2016 리우 올림픽의 폐막을 알리는 불꽃이 터지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날 폐막식이 열린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쏘아 올린 불꽃은 리우의 하늘을 화려하게 물들였다. 큰 사건·사고 없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를 마친 자축의 불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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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의 폐막을 알리는 주경기장의 화려한 불꽃과 빈민촌의 어두운 모습이 대조적이다. [리우 AP=뉴시스]

하지만 리우의 빈민가 파벨라(포르투갈어로 '들꽃'이라는 뜻)에서 보는 불꽃은 꼭 아름답게만 보이지 않았다. 대낮에도 총격전이 벌어지고 마약 중독자와 갱단이 거리를 배회하는 파벨라. 브라질판 달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빈민으로 수도와 전기 등 기본적인 생활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파벨라는 양극화, 빈부의 격차를 제때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브라질 사회의 어두운 단면이다. 이 곳의 현실은 멀리 보이는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벌어지는 '화합과 평화, 도전과 페어플레이'의 상징인 올림픽과는 멀기만 하다. 브라질은 화려한 올림픽의 불꽃이 이제는 파벨라의 하늘 위에도 펼쳐지길 기대하고 있다.

글=김성룡 기자 사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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