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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형의 음악이 있는 아침] 팔미라에 울려 퍼진 ‘고전교향곡’

중앙일보

입력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지휘하는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특별한 연주회 장면입니다.

지난 5월 5일 시리아 팔미라의 고대 원형극장에서 펼친 공연인데요.

팔미라는 ‘야자수의 도시’라는 뜻입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페르시아, 비잔틴 등 다양한 동서양 문화의 흔적이 있는 아름다운 유적지입니다.

그러나 작년 5월부터 약 10개월간 이곳을 점령한 IS 대원들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을 잇달아 파괴했습니다. 우상 숭배라는 이유였지요.

3월 말 러시아 공군의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이 이곳을 탈환한 이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 미술관이 유적의 복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날 팔미라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지자인 게르기예프가 지휘를 맡아 바흐ㆍ셰드린ㆍ프로코피예프의 작품들을 연주했습니다.

게르기예프는 “세계 문화 유적을 파괴한 야만인들에게 항의하려고 이 콘서트를 열었다”며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호소했습니다.

프로코피예프의 스승인 체레프닌은 하이든의 작풍을 사랑했습니다. 그로부터 공부한 정확한 고전적 기법을 토대로 프로코피예프는 1917년 자신의 교향곡 1번 ‘고전교향곡’을 썼습니다.

균형을 이룬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더 이상 파괴는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ㆍ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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