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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없는 사회<15>|당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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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우리나라의 사망순위 제9위를 차지하고 있는 당뇨병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60년대에는 당뇨병 환자가 입원환자의 0·9%정도였으나 79년에는 2·4%, 83년에는 3·5%로 높아지고 있다.
또 연령별 당뇨병 유병률은 20대 0·5%, 30대 0·9%, 40대 3·4%, 50대 7·1%, 60대 10·4%, 70대 이상 10·7%로 40대 이후에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이 당뇨병이 늘어나는 것은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섭취열량이 많아지고 덜 움직이며 스트레스가 증가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뇨병은 병중에서도 고약하고 무서운 병이며 또한 초인적인 인내력을 요구하는 병이다. 그러나 잘만 관리한다면 충분히 정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수명을 단축시키지도 않는다. 문제는 당뇨병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잘 따르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당뇨병이란 요속에 당(포도당)이 나온다는 데서 이름 붙여진 병이다. 즉 콩팥에서 포도당이 넘쳐 나오는 것이다(요당). 당질 식품은 몸 속에 들어가면 그 기본성분인 포도당으로 잘게 부서지고 이것이 혈액 속으로 들어가 에너지로 쓰여지는데 혈액 속에 포도당(혈당)이 지나치게 많이 있으면 소변으로 넘쳐 나오게 된다. 다시 말해 당뇨병은 혈당이 너무 높은 상태에 있는 병인 셈이다.
그러면 혈당은 왜 높아지는가. 이것은 포도당이 혈액 속에서 몸의 각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휘발유가 엔진에서 이용되지 못하는데도 기름탱크에다 휘발유를 계속 부어넣으면 휘발유가 밖으로 넘쳐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 것은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모자라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혈당은 식사를 하면 상승했다가 2∼3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으로 떨어지는데 당뇨병 환자에서는 이것이 잘 떨어지지 않는다.
대개 공복 시 혈당치가 1백40mg이상으로 2번 이상이 나오면 당뇨병으로 진단하게 된다. 당뇨병중 급격하게 발병하는 소아형 당뇨병에서는 특이한 증상인 갈증·다뇨·다식등의 증세가 명확하게 나타나지만 40대 이후에 많이 발병하는 성인형 당뇨병에서는 처음엔 증세가 없어 모르고 지내다 다른 병의 진단을 받다가 우연히 발견되는 수가 많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교수(내분비내과)는 당뇨는 다뇨·다음·다식의 3다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당뇨병 환자들이 에너지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므로 피로해지며 오줌으로 당이 넘치면서 물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소변을 많이 누게되고 이 때문에 물도 많이 마시게 되고 에너지가 모자란 듯이 느껴지기 때문에 많이 먹으려 한다고 설명한다.
또 음식물이 제대로 이용이 안되고 몸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살이 빠지고 쉽게 피로해지며 기운이 떨어지고 피부도 거칠어지며 오래되면 합병증도 생겨난다는 것이다.
높은 혈당의 피가 흐르는 혈관은 건강한 사람보다 쉽게 망가지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도 이 같은 혈관성 합병증이 많다.
즉 콩팥(신장)·눈(망막증)·신경(신경증) 에 가장 많은 합병증이 오게 되는데 한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10년 이상된 환자는 평균 2·8가지의 합병증을 갖고 있었다.
이밖에 폐결핵 등의 감염증·동맥경화증·고혈압·백내장·발이 썩어 들어가는 괴저 등의 합병증도 흔한 것이다.
당뇨병의 치료는 혈당을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에 달려있다. 당뇨병은 마음만 먹으면 틀림없이 관리할 수 있으며 무서운 합병증도 예방할 수 있다.
당뇨병이라는 적과 지구전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적을 잘 알아야한다. 당뇨병은 아는 것만큼 정복할 수 있다는 것이 의사들의 조언이다. 의사와 함께 작전계획을 잘 짜고 영양사와 간호원의 도움도 정기적으로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치료의 길잡이일 뿐이지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주치의 노릇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뇨병의 치료는 자가 생산한 인슐린을 아껴 쓰거나(식이요법), 인슐린을 덜 필요로 하도록 하거나 (운동요법), 약으로 세포를 자극하여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 쓰거나 (경구혈당 강하제), 아예 외부에서 인슐린을 넣어주는 (인슐린주사) 4가지 방법이 있으며 여기에 당뇨병 교육이라는 제5의 요법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식이요법=음식의 양이 많아지면 인슐린도 그만큼 더 필요하게 된다.
가톨릭의대 손호영교수 (내과)는 식이요법은 단순히 음식을 못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에 필요한 만큼의 칼로리를 균형 있게 배분해 고혈당을 억제하고 체중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손교수는 필요한 에너지는 환자의 체중·키·나이·직업·운동량에 따라 다른데 사무직인 경우 대개 체중 kg당 하루 30∼35칼로리, 노동정도가 심한 경우 35∼40칼로리로 하며 이중 탄수화물을 50∼55%, 지방을 30∼35%, 단백질을 20%정도로 배분한다는 것. 식이요법을 잘하기 위해서는 음식물의 무게를 일일이 저울에 달아보고 식품의 구성 성분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한다. 말하자면 숫자와의 싸움인 것이다.
당뇨병 환자에게 안 좋은 식품은 설탕·술·시럽·단과일·호두·케이크·사탕·껌·도너츠·기름에 튀긴 음식·꿀·아이스크림·잼·건포도·사이다·콜라 등이다.
▲운동요법=운동은 체중조절 효과와 함께 혈당을 감소시키며 인슐린의 이용률을 높이고 정신적인 치료 효과도 높이기 때문에 식이요법과 함께 당뇨환자의 필수적인 생활 요령이다.
상태나 기호에 따라 매일 30분 정도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도록 하되 지나친 운동은 저혈당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저혈당의 초기 증상은 기운이 빠지고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떨리고 구역질이 나고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으로 운동이 심하리라고 예상되면 미리 당분을 섭취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운동과 식이는 반드시 같이 해야만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손교수는 간혹 가장 기본 치료법인 운동과 식이는 등한히 하고 약에만 의존하려는 성급한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경구혈당강하제=이 약은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하도록 하는 것으로 철저한 식이와 운동요법을 1∼2달 실시해도 혈당조절이 안될 경우에 쓰게된다. 약을 먹더라도 식이와 운동요법은 반드시 실천해야한다.
▲인슐린주사=인슐린이 전혀 없거나 운동·식이·약으로 안될 경우에 주사를 맞게된다. 인슐린의 작용시간, 맞는 양, 맞는 부위등에 대해 역시 철저히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이교수는 아직 우리나라의 인슐린은 순도나 안전성·항원성에서 문제가 많아 질 높은 인슐린이 나와야겠다고 말한다.
간혹 서투른 지식으로 소변에서 당이 나온다고 멋대로 당뇨병약을 사먹고 저혈당에 빠지는 예가 많은데 뇨당은 당뇨병의 하나의 단서일 뿐이므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당뇨병은 유전적인 소인도 크지만 성인형의 경우 과식·비만·폭음·폭식·운동부족·과로·스트레스 등이 약화요인이 되므로 평소 생활관리에 유의해야한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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