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의 구호·행동 점차 과격화-대학가 급진세력의 조직과 이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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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학이 또 다시 진통하고 있다.
새 학기 들어 일부 극좌노선을 걷는 과격 학생 그룹에 의해 대학가의 현실참여·민주화운동은 급진·반미 폭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의 안정과 면학 분위기는 물론 자칫하면 사회전반의 안정이 크게 위협받을 우려마저 있다.
최근 전방 입소 훈련 거부와 관련, 성대휴업사태와 서울대의 농대강의실 점거 및 의대 도서관 점거 농성 미수 사건을 계기로 급진과격 세력의 조직·이념·행동지표 등을 간추려 본다.

<현장>
『성대 해방구 민족 민주만세』.24일 성대농성장 옥상의 플래카드.『양키의 용병교육 전방입소 결사반대』 대학 군사훈련을 용범 교육으로 규정하는 충격적인 구호도 터져 나왔다.
25일 하오 4시 서울대 도서관 옆 광장. 3백여명 학생들이 전방입소 거부집회를 벌인다.『친미로 망한 나라 반미로 되살리자』
플래카드를 세워든 학생들은 레이건 미대통령에게 보내는 경고장』을 채택하고 교련복 차림의 레이건 허수아비를 불태웠다.
4시5분쯤 집회를 이끌던 한 학생이 핸드 마이크로 다급하게 외쳤다.
『긴급소식, 학교측이 입소 예정일인 28일 휴교령을 내렸다. 도서관으로 들어가 농성을 시작하자』
그러나 즉각 반론이 나왔다.
『28일까지 버틸 수 없으니 도서관 농성은 시기상조다.
3백여명 중 1백여명만 도서관으로 들어갔다가 호응이 너무 적다고 판단했던지 잠시 후 되돌아 나와 시위에 합류했다.
이날 농성을 주장한 파는 「자민투」(반미 자주화 반파 쇼 민주화 투쟁위원회), 반대한 파는 「민민투」(반제 반군 부파 쇼 민족 민주투쟁위원회).

<「민민투」·자민투경쟁>
지난 3월부터 서울대에는 성향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2개의 학생운동 그룹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삼민투에 이은 「민민투」와 반미·반제·반핵을 특히 강조하면서 「반 외세」를 내세우는 「자민투」가 나타난 것이다.
양대 그룹 사투의 핵심은 현 정권의 본질을 어떻게 파악하느냐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반의설」를 앞세우는 자민투는 현정권을 미 제국주의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규정하고 미제를 타도함으로써만 민중 현실의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반 독재」를 내세우는 「민민투」는 자민투 가 내세우는 반전·반핵이 투쟁의 주체 설정을 한반도 전체 국민으로 확산,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수정당인 신민당에 대해서도 양대 그룹은 시각을 달리하고 있다. 「민민투」는 『지난 3월29일 신민당 개헌투쟁 전남지부 현판식에서 보여준 광주시민의 투쟁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웅변적으로 가르치고 있다』(민족민주선언 4월11일자)며 신민당의 역할을 긍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민투」는 기관지 「해방선언」 3월20일자 「사설」을 통해 『신민당과 민추협 등 보수 자유주의자들의 기회주의적 민중기만술을 철저히 폭로해내야 한다』며 『이는 신 식민지 지배구조의 일부분으로서 보수 자유주의자들이 미국에 던지고 있는 추파를 정확히 파악하여 공격하는 과정에서 위치 지워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념논쟁>
지난달 17일 한양대에 처음 배포된 「민족민주주의 투쟁선언」은 『현 한국사회의 성격을 신식민지 예속국가, 국가 독점자본주의 사회로 규정하여 우리의 혁명의 성격은 제국주의를 축출하는 민족 혁명이요, 국가 독점 자본주의 시스팀을 파괴하는 민주혁명이다』라고 밝혔다.
이 선언을 시발로 각 대학에선 「민족 민주투쟁위원회」(민민투)가 결성되기 시작했고, 1학기의 대학가 시외는 이 「민민투」에 의해 주도됐다. 서울 시내엔 현재까지 북부·서부·남부지역 평의회가 결성돼 연합체를 이루고 있다.
각 대학이 「반제」 「반파쇼」를 접목시킨 「민민투」를 구성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서울대는 반제를 기본 노선으로 하는 「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투쟁위원회」(「자민투」)와 반파쇼 를 노선으로 하는 「반제 반 군부파쇼 민족 민주투쟁위원회」 민민투로 양분됐던 것이다.
이들 양측 운동권은 「대자보」를 통해 이념논쟁을 계속해 오며 민족민주선언「민민투」4월11일 1호, 24일 2호) 및 「해방선언」 (「자민투」3월20일 1호,4월「일 2호) 등 기관지를 통해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미 과격화>
일부운동권의 반미경향은 80년 광주사태를 계기로 표출돼 82년4월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으로 나타났었다.
특히 지난해 5월 서울미문화원 점거 농성사건과 11월의 주한 미상의 점거 농성사건을 통해 소수 세력으로 존재하던 반제론 자들이 학생운동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민중의 철천지원수 미제와 그 앞잡이 괴뢰 정권 전쟁 광 미제」「군사 깡패 훈련 팀스피리트(이상「해방선언」2호)등의 충격적인 구호에까지 이르렀다.
「반제」 반파쇼를 막론하고 이들 운동권이 바닥에 깔고 있는 급진적 성향은 지난해 삼민투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깃발(서울대), 「광주민중항쟁의 민중 운동사적 조명(전학련), 일보전진고 대), 「이화언론」(이화여대) 등을 통해 그 논리적 근거가 제시됐다. 즉 민중은 노동자·농민·도시 빈민계급으로서의 개념이며 이들 계급이 혁명적 주체로서 주도하는 민주화가 진정한 민주화라는 것이다.
이같은 경향은 지난달 서울대 총 학생회장 선거에 입후보했던 김지용·최진호군 등에 의해 팀스피리트 훈련 반대 「남북학생 대표자회담」 「군사 평의회 설치」 등의 주장으로 나타났고, 임시 휴업사태를 몰고 온 성대에서는 농성 학생들에 의해 「성대 해방 구 선언」등 학원을 사회혁명의 기지로 이용하려는 기도로까지 발전했던 것이다.

<전방입소교육 거부>
제5공화국 설립 후 첫 휴업사태를 몰고 왔던 성대의 전방 입소 교육거부와 자진 퇴소자에게 발부된 징집영장에 항의하는 농성사태는 「민민투」에 의해 주도됐었다.
「민민투」는 『병영훈련 거부는 대중투쟁의 하나의 양식으로, 헌법 제정 민중회의 소집을 가능케 하고, 적의 물리력 해체의 일점의 돌파구로서 정확히 위치 지워져야 한다』는 입장이며 따라서 『병영훈련 거부투쟁은 파쇼의 사병화·양키의 용병화 반대라는 주체적 시각의 정립이 요구된다』(서울대 민족민주선언 2호)고 주장한다.
반면 서울대의 「자민투」는 『양키의 용범 교육을 단호히 거부하자. 전방 입소 거부는 미 제국주의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는 민중들과 함께 하는 학생운동 최초의 반제 대중 투쟁으로 승화될 것이다』(민족의 활화산)고 주장한다.
전방 입소교육 거부를 놓고도 「민민투」는 정권의 타도의식 고취에 주안점을 두고, 「자민투」는 핵기지 및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반미·반제에 중점을 두고 이념논쟁을 계속하는 것이다.
「자민투」의 투쟁노선이 이렇게 급진·반미로 발전한 것은 「민민투」와의 헤게머니 싸움에서 운동권 학생들의 인기를 끌기 위한 것이라는 일면이 인정되지만 ①현재 한반도의 안보현실에서 미국을 적으로 몰아 세우고 있다는 사실, ②그 배후에 어떤 조종 세력이 있느냐의 여부로 국민전체에 주는 충격은 엄청난 것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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