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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여성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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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동경=최철주특파원】작년에 「모리야마」 (삼산진궁·여) 당시 일외무성 정무차관이 주일 외교단을 초청, 골프를 치려다가 여성출입금지 구역이라는 이유로 골프장에서 문전박대를 받고 돌아선 적이 있다.
『모리야마』차관이 분노에 찬항의문을 전달하고 여성계가 발끈했어도 골프장 주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아직도 철저한 남성우위의 사회다.
그러나 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남성의 지배기반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이 엿보인다. 동경변호사회에 설치되어있는 이혼문제 전문 상담코너가 여성들의 문의로 번창하고 있으며 남편과 갈라서겠다고 선언하는 주부들이 증가하고 있다.
민간 TV들은 가출해 버린 아내를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남편군상을 특별프로그램으로 자주 방영하고 있다.
인형의 집을 떠나는 이들 일본여성들은 남성우의의 가정생활에 반기를 들고 성격차를 이유로 동고동락해온 남편과 완전히 등을 돌리고있다.
일노동성에 따르면 직장에서 밀하고 있는 여성인력은 1천5백18만명. 고용자총수의 35.6%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직업여성은 3배 증가를 기록했다.
경제발전 및 남녀고용기회균등 법 제정 등 사회제도의 변화와 함께 직장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생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등 시대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일 여성들이 자기생활을 발견하면서 남성우위 사회를 까뒤집고 의식변혁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 발행된 일본남성에 대한 경고서적 2권도 그같은 내용을 담고있다.
여류 변호사·교수·평론가들이 펴낸『일본남성론』은 경제우선·물질주의·찰나주의에 충만한 일본 남성상을 비판하고 이들이 왜 문화예술이나 가정생활을 중요시하지 않았던가를 분석하고있다.
남성들의 효율추구는 다른 사회를 전혀 거들떠보지 않는 일변도주의를 낳았으며 균형감각 마저 상실했다고 지적하고 경제동물 (일남성들)들도 이제「산업페기물」이 돼가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찾으라고 제의하고 있다.
또 한권의 책은 『남성이 변하고 있다』(수영영보저)라는 표제를 단 남성의 자기비판서. 남성들이 모르는 사이 여성들은 생활문화에 관한 압도적인 정보를 흡수했으며 많은 재량권을 손에 넣어 개성 있고 다면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고 설명하고있다.
어느틈엔가 문학의 주역이 돼버린 여성들은 일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이혼을 선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여성우위의 사회로 역전되고 있다고 갖가지 실례를 들어 분석하고 있다.
지방이나 해외에 단신 부임하는 일본 남성근로자들이 증가하면서 여성들의 발언권이 강화되고 모계가족화라는 현상도 뚜렷하다.
현대의 일본여성이나 아이들은 남편으로서 또는 아버지로서 남성의 역할을 체험적으로 학습할 기회가 적어지면서.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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