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깎신' 주세혁 "해내지 못하고 끝나 많이 아쉽다"

중앙일보

입력

'깎신'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 했다. '마지막 올림픽'을 치른 '깎신'은 담담해 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남자 탁구 베테랑 주세혁(36·삼성생명·세계 14위)의 올림픽이 끝났다. 주세혁을 비롯해 이상수(26·삼성생명), 정영식(24·미래에셋대우)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탁구대표팀은 18일 리우센트루 파빌리온3에서 열린 남자 단체전(4단식·1복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1-3으로 역전패해 4위에 올랐다. 올림픽 단체전에서 2008년 베이징 대회 동메달, 2012년 런던 대회 은메달을 땄던 한국 남자 탁구는 3회 연속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줄곧 이어온 메달 명맥도 끊겼다.

메달 명맥이 끊겼지만 주세혁은 이번 대회 단체전에서 대표팀의 한 축을 맡아 최선을 다했다. 수비 탁구의 달인으로 '깎기의 신'을 줄여 '깎신'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는 2004년 아테네, 2012년 런던 올림픽에 이어 생애 세 번째 출전한 올림픽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사실상 대표팀에서 은퇴할 생각을 가졌다. 랭킹상 자신이 출전할 수도 있는 개인전 자격을 후배 이상수에게 내줬던 그는 어깨, 무릎 등 통증을 달고 잔부상에 시달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수년째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성 베체트병을 견뎌냈다. 그는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기 싫었다. 이번 메달은 누구보다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단체전에 집중해왔다. 올림픽에 세 차례 출전한 세계 14위 주세혁과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은 이상수, 정영식 등 신·구 조합이 잘 어우러졌다. 그러나 2단식과 4단식에 나선 주세혁은 세계 5위 디미트리 옵차로프(28), 13위 티모 볼(35)에게 모두 패했다. 끝내 메달권 문턱을 넘지 못한 주세혁은 경기 후 "해내지 못하고 끝난 것 같아 많이 아쉽다"면서 "생각한 것보다 상대가 강했다. 내가 실력적인 면에서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가 끝나니까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더라. 생각보다 담담했다. 4단식 앞두고 자신감이 있었는데 상대가 저항력이 강해지니까 담담해졌다"고 밝혔다. 두 차례 단식 경기에 나섰던 그는 "2단식이 아쉬웠다. 2-2로 맞섰을 때 더 과감하게 공격했어야 했는데 긴장해서 소극적으로 했다. 그게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주세혁은 후배 이상수, 정영식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번 대회에 둘 다 잘 싸워줬다. 올해 세계선수권에 이어 한국 탁구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걸 느꼈다. 4년 뒤에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올림픽이었다. 4위로 마쳐서 이번에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깎신'의 올림픽은 그렇게 끝났다.

리우=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