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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침일 복불복…전기 60% 더 썼는데 요금은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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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의 허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 논란에 정부가 부랴부랴 올 여름철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깎아주기로 했지만 오히려 검침일에 따른 요금 책정의 불합리성이 부각되고 있다. 할인 혜택의 수준이 가구의 검침일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전기 사용량 많은 7월 말 8월 초
포함되나 안 되나 따라 요금 큰 차
한전 “2022년 희망검침일제 도입”

한국전력은 17일 홈페이지에 ‘하계 주택용 전기요금 할인제도 안내’를 게재하고 “고객의 검침일을 기준으로 구분해 요금을 할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올 7~9월 전기 사용량에 대해 온전히 할인 혜택을 보는 가구가 있는 반면 7월 초 전기 사용량 대신 10월 사용량이 할인 적용 대상에 포함되는 가구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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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검침일에 따라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한전이 책정한 검침일은 ▶1차 매월 1~5일 사이(25일 납기·440만 가구) ▶2차 8~12일 사이(말일 납기·510만 가구) ▶3차 15~17일(다음달 5일 납기·450만 가구) ▶4차 18~19일(다음달 10일 납기·250만 가구) ▶5차 22~24일(다음달 15일 납기·230만 가구) ▶6차 25~26일(다음달 20일 납기·260만 가구) ▶7차 말일(다음달 18일 납기·41만 가구)이다. 이렇게 검침일이 다른 건 비용 때문이다. 지금은 검침원 3000명이 순차적으로 한 달간 검침을 한다. 전국이 동시에 같은 날 검침을 하려면 7만 명 정도의 검침원이 필요하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전기 소비자들은 검침일을 통한 요금 책정의 불합리함을 이미 겪고 있다. 검침일에 따라 같은 양의 전기를 써도 요금을 다르게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많이 켜는 7월 말, 8월 초 사용량이 합쳐지기도, 나눠지기도 한다. 합쳐지면 최대 11.7배 차이가 나는 누진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예컨대 검침일이 1일인 A가구는 7월 요금 적용 기간이 7월 1~31일이다. 이 가구가 500㎾h의 전기를 쓰면 누진제 할인이 적용돼 10만9970원의 요금이 나온다. 검침일이 25일인 B가구는 요금 적용 기간이 7월 25일~8월 24일이 된다. B가구가 가장 더운 7월 말~8월 초에 에어컨을 많이 돌려 800㎾h를 썼다고 치자. 이 경우 누진제 최고 6단계 구간(사용량 550㎾h 이상)이 일부 적용되면서 요금은 34만1810원으로 뛴다. B가구가 A가구에 비해 전기를 60% 더 썼지만 요금은 210%나 더 내는 셈이다.

이런 검침일은 한전이 일방적으로 정한다. 현재로선 소비자가 검침일을 정할 수 없다. 한전도 이 문제를 인식하지만 당장 내놓을 대안이 마땅치 않다. 전기 소비자가 검침제를 정할 수 있는 ‘희망일 검침제’를 2022년에 전면 도입한다는 게 대책의 전부다. 이 제도 시행의 전제가 되는 전자식 스마트계량기(AMI)가 2022년에나 전면 보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남현·김민상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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