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먼저다 1부] 3. 누가 일자리 줄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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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으로 물류 허브가 물 건너 갔고, 조흥은행 파업으로 금융 허브도 사라졌다."(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고문)

과격한 노사 분규로 일자리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최근 2년 새 3분의 1 이하로 줄어든 가운데, 이미 들어와 있는 주한 외국기업들도 "최대 애로사항은 노사문제"(76개사 대상.전경련 조사)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도 노사 분규는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새 정부 들어 분규가 줄었다"고 했지만 이달 들어 뒤집어지고 말았다. 분규 건수와 참가 근로자 수는 22일 현재 2백39건.9만5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백28건. 7만9천9백여명)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 아직 진행 중인 분규가 1백29건에 달해 노사 분규로 인한 근로손실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노조의 기득권 집착→임금 상승→일자리 감소→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용덕 대구대 교수는 "실업문제의 핵심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조의 이기주의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말한다.

김황조 연세대 교수는 "특히 취업자들이 임금이란 파이를 나누는 데 너무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실업자에 대해선 소홀하다"며 "실업자와 취업자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은 "조흥은행 파업에서처럼 때로는 불법도 감수해야 정부가 귀를 기울인다"며 과격 분규의 일부 원인을 정부의 대응 태도 탓으로 돌렸다.

사실 전체 근로자 중 노조원 비율이 12%에 불과한데도 소수의 노조가 기세를 올리는 것은 새 정부의 '측면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분배론으로 무장돼 있는 인사들이 많이 포진한 것이 노조에 힘을 실어줬다는 것이다.

모리스 그린버그 한.미재계회의 미국 측 회장은 "많은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의사가 있으나 호전적인 노조 때문에 꺼린다"고 말했다.

일자리가 말라가는 데는 기업의 책임도 작지 않다. 유승민(한림대)교수는 "기업가 정신의 고갈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박정희식 성장 모델의 성공은 이병철.정주영.구인회씨 같은 걸출한 기업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반도체나 자동차처럼 국민을 10년 이상 먹여살릴 새로운 수종산업을 기업이 아직도 찾지 못한 데는 기업가 정신의 퇴조에도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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