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백제보·공주보 녹조 확산, 물고기 떼죽음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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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지난 15일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보 주변 강물이 녹조로 뒤덮였다. 이날 오후 백제보 인근 선착장에서 녹조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백제보를 비롯해 상류인 공주보 주변은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프리랜서 김성태]

15일 오전 11시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보 인근 선착장.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강물 위로 물고기 3~4마리가 주둥이를 내밀고 숨을 쉬었다. 계속된 폭염으로 녹조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물속 산소량이 부족해져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것이다. 평소엔 인기척이 느껴지면 물속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던 물고기들이 산소를 찾아 고개를 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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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로 수중 산소량이 부족해져 물고기들이 숨쉬기 위해 물 밖으로 입을 내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달 초부터 백제보 주변은 녹색 띠가 2~3㎞에 걸쳐 길고 넓게 퍼져 있다. 심한 곳에선 물빛이 짙은 녹색이라 어디가 풀이고 어디가 강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다. 알갱이 형태의 부유물이 강물 위를 뒤덮은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변에서 조류제거기를 돌리자 부유물들이 연신 달려나오고 악취가 진동했다.

비까지 안 내려 유속 느려져 악화
2~3㎞ 녹색 띠에 악취 코를 찔러
독성 뿜는 남조류 일주일새 두 배

공주보 주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말라 비틀어진 녹조에서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막대기로 강물을 휘휘 저어도 짙은 녹색의 물은 옅어지지 않았다. 부여군 양화면 웅포대교 아래도 녹조가 강물을 뒤덮었다. 다행히 금상 상류지역인 세종보 주변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금강 유역에서 녹조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백제보와 공주보 주변이다. 녹조가 급속도로 확산한 것은 35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보름 넘게 이어지면서 조류의 성장여건이 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유속까지 느려져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부 지역은 두껍게 쌓인 녹조층과 부유물이 함께 썩어가고 있다. 남조류가 급증하면서 수돗물을 직접 마실 때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지오스민(흙 냄새)과 2-MIB(곰팡이 냄새)의 농도 역시 높아졌다.

부여보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한 주민은 “물이 흐르지 않고 정체된 지점은 녹조가 엉켜 덩어리가 됐다”며 “비라도 내려야 사라질 텐데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도입된 조류예보제는 독성을 내뿜는 남조류가 2주 연속 1000개/㎖를 넘어서면 관심단계, 1만개/㎖ 이상이면 경계단계, 100만개/㎖ 이상이면 대발생을 발령한다. 백제보는 이달 초 남조류가 1000개/㎖ 이상 발견돼 관심단계가 발효됐다. 지난 14일을 기준으로 남조류 수는 2만2530개/㎖로 일주일 전보다 두 배로 증가했다.

현재 백제보와 공주보 주변은 모두 관심단계가 발령된 상태다. 이 상태가 2주 연속 지속되면 경계단계로 상향 조정된다. 수자원공사는 산소공급을 돕는 수차를 설치하고 녹조 제거선을 동원해 녹조와 부유물을 제거하고 있지만 방대한 지역에 분포한 녹조를 없애기에는 역부족이다. 환경단체들은 수문을 열지 않아 녹조대란이 되풀이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녹조가 확산하면 수중 산소가 부족해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와 호흡할 수밖에 없다”며 “이런 사태가 장기화하면 물고기가 떼죽음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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