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화학, 석유판매업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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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화학비료 업체인 남해화학이 석유류 판매 사업에 나선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초 석유류 판매업 사업등록 절차를 마친 데 이어 최근 신사업팀을 구성해 사업착수에 나섰다고 22일 밝혔다.

남해화학은 이에 앞서 지난해 8월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목적에 석유 및 가스관련 사업을 추가했고 석유 수입업체인 타이거오일㈜의 인수를 검토했었다. 남해화학은 석유류를 해외에서 들여와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해화학은 대주주인 농협의 석유류 유통망을 고스란히 활용할 경우 석유류 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농협은 1998년 10월 남해화학의 정부 지분 45%를 사들여 모두 56%의 지분을 갖고 있고 자체 석유류 유통망을 보유해 이번 남해화학의 석유사업 진출에 밑거름이 됐다. 농협은 직영 주유소 2백60개와 석유일반 판매소 6백개 등 모두 9백여개의 석유 유통망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남해화학이 전남 여수에 30만드럼 규모의 석유류 저장기지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동을 중단한 공장부지에 저장탱크를 짓는 것을 검토 중이어서 양사간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남해화학 관계자는 "농협과 석유판매 사업 전개 방향을 놓고 협의 중"이라며 "오는 9월 중 석유 판매사업의 골격이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남해화학이 석유사업 진출을 확정하자 바짝 긴장하면서도 사업성에 대해선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해화학이 농협을 등에 업고 단기간에 유통망은 확보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기존 시장에 파고들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데다 단기간에 물류 체계를 갖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남해화학=정부가 74년 세운 비료 전문업체다. 최근 들어 세계적인 비료 공급 과잉으로 채산성이 떨어졌고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초 비료원료 공장 6개를 가동 중단하고 1백3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했다.

또 정밀화학 부문을 분사해 자회사인 휴켐스㈜를 출범시키는 등 다각적인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 올 3월 농협 출신인 장경택 사장이 취임하면서 매출을 1조원으로 늘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번 석유류 판매사업 진출도 이의 일환이다. 남해화학은 석유류 사업에 이어 물류와 유통사업 진출도 적극 검토 중이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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