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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바쁘다|신성순 경제부 차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기자들은 요즘 갑자기 바빠졌다. 어찌 생각하면 이렇게 바쁜 때도 있었나 싶을 정도다. 72년 8·3조치, 73년 제1차 오일 쇼크, 79년 제2차 석유 파동, 지난해 한미 통상 마찰 때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 일이 있지만 그때는 그럴만한 큼직한 이슈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중요한 「꺼리」도 없으면서 특히 경제 기자들을 바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각종 시책 발표가 요 며칠 집중되고 있다.
경제기획원의 경우만 해도 26일에 인구 억제 정책과 공정 거래 부문 6차 계획, 27일에 대외 협력 부문 6차 계획, 28일에 예산 편성 지침과 상업용 임대료 관리지침 등 연일 l∼2건씩 굵직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모 부처에서는 관계자들이 서로 자기 소관 업무를 먼저 발표하겠다고 언쟁까지 벌였다는 얘기다.
전 같으면 온갖 수단을 써서 취재하려 해도 내놓지 않던 자료들을 싸움까지 해가며 집중호우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유가 알쏭달쏭하다.
관계자들에게 물어본즉 계획을 매듭짓는 회의가 우연히 겹쳐 그렇게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에는 놀고 있다가 한꺼번에 밀렸던 일을 해치우는 것도 아닐 것이다. 또 6차 5개년 계획만 해도 지금이 한창 바쁠 때이기는 하지만 6월말까지 부문별 계획을 마무리 지으면 되도록 돼 있다. 따라서 어느 이야기도 발표를 서두르는 선명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이유야 어쨌든 경제 부처에서 보도 자료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그 내용도 내외 경제 여건의 호전을 배경으로 밝은 미래상을 제시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신문지면이 밝아지고 (?) 있는 것 같다.
국민들도 경제 문제에 관한 한 궁금증을 많이 덜게된 것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차제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경제 문제뿐만 아니고 국민들이 혹시라도 궁금해하는 일이 있다면 이런 식으로 자세히 알려주어 궁금증을 덜어 줬으면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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