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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7000그루 심은 6급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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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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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팀장은 사비를 들여 면사무소 인근에 1만㎡ 규모의 무궁화 꽃밭을 만들었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해남군 옥천면사무소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왕복 2차선 도로변에는 1만㎡ 규모의 무궁화 꽃밭이 조성돼 있다. 형형색색의 무궁화 7000여 그루가 심어진 곳이다. 꽃밭 한 켠에는 컨테이너가 놓여 있다. 이곳에는 무궁화를 주제로 한 그림과 조각품·노래악보·자수작품 등이 임시로 보관돼 있다. 꽃밭과 컨테이너의 주인은 옥천면사무소의 6급 공무원인 김종관(57) 생활지원팀장이다.

전남 해남 옥천면 김종관씨
7년 전 품평회 계기로 매력에 빠져
사비 들여 그리기 대회, 기증도

김 팀장의 유별난 무궁화 사랑은 7년 전 해남군 산림녹지과에 근무할 때 시작됐다. 그는 산림청 주관 무궁화 품평회의 지역 예선인 전남 품평회에 나가기 위해 무궁화 3주를 구매해 화분에 옮겨 심었다. 그러나 화분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무궁화는 반나절 만에 시들어버렸다.

“심사위원에게 크게 혼났습니다. 다른 지역에선 수개월 전부터 무궁화를 화분에 심어 생기 넘치는 상태로 출품했는데 아무것도 몰랐던 제가 무성의해 보였던 거죠.”

김 팀장은 이듬해 품평회를 준비하면서 점점 무궁화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이후 무궁화를 공부하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지역의 전문가를 찾아가 재배 노하우를 배웠다. 무궁화의 종류는 식물 도감을 보고 파악했다. 무궁화 종류가 색·모양에 따라 홍단심·청단심·백단심계 등 100가지나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무궁무진한 무궁화의 세계를 알고 난 뒤에는 다양한 수종을 구하려고 다시 곳곳을 찾아다녔다. 이렇게 모은 무궁화 60여 종은 옥천면사무소 인근 꽃밭에 심었다. 김씨가 무궁화를 키우려고 1억여원을 들여 산 땅이다. 이곳에서 키운 무궁화를 이달 초 열린 제26회 나라꽃 무궁화 전국 축제 우수분화 품평회 개인 부문에 출품해 최우수상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엔 사비 200만원을 들여 자신의 무궁화 꽃밭에서 처음으로 무궁화 그림 그리기 대회를 열었다. 또 육군 군사교육 시설인 상무대에 무궁화 동산 조성을 위해 2000그루를 기증했다. 일반인들에게도 무료로 무궁화를 나눠주고 해남 지역 품평회를 열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정년퇴직 후에는 무궁화 박물관과 전시장·체험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다. 김 팀장은 “무궁화는 꽃 자체도 아름답지만 잎과 뿌리는 건조한 뒤 차로 마실 수 있는 등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유용한 나라꽃”이라며 “무궁화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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