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럭비…리우 선수촌 달구는 뜨거운 커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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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이 빗발치는 전쟁 통에도 사랑은 꽃핀다.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는 스포츠 세계도 마찬가지다. 리우 올림픽에도 세계 각국의 커플들이 동반 출사표를 던졌다.


태권도 조롱 방송인 혼쭐 낸 '태권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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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마르톤(왼쪽)과 사프완 카릴 [사진 페이스북]

 호주 대표팀의 사프완 카릴(30)와 카르멘 마르톤(29)은 ‘태권 커플’이다. 10대 시절인 2002 그리스 태권도 대회 때 처음 만났다. 시합이 없을 때 세계 각지를 함께 여행하며 알콩달콩 사랑을 키웠다. 하지만 도복을 입고 서로의 스파링파트너가 될 때면 ‘연인’에서 다시 ‘선수’로 돌아간다. 마르톤은 과거 기자회견에서 “스파링을 하다 보면 과격해질 때도 있다. 서로 머리를 공격해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태권도를 조롱한 호주의 한 방송인을 혼쭐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2012년 ‘더 풋티 쇼’ 진행자인 전 축구선수 샘 뉴먼은 태권도에 대해 “박진감도 없고 쇼 같다. 여태껏 본 운동 중 가장 웃기다”고 비웃었다. 며칠 뒤 이 쇼에 출연한 마르톤과 카릴은 태권도 기술을 선보이며 ‘무력 시위’를 했다. 방송 후 뉴먼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카릴은 17일(이하 한국시간) 남자 58㎏ 이하급, 마르톤은 19일 여자 67㎏ 이상급 예선전에 출전한다.


럭비로 다져진 '피지컬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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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홀랜드(왼쪽)과 샬롯 캐스릭 [사진 페이스북]

호주의 남ㆍ여 럭비 대표선수인 루이스 홀랜드(23)와 샬롯 캐스릭(21)도 연인 사이다. 두 사람은 각종 국제 경기에 출전하며 인연을 쌓았다. 비시즌 중엔 항상 붙어다니는 두 사람이지만, 리우에서는 ‘생이별’ 중이다. 숙소를 따로 쓰고, 훈련ㆍ경기 스케줄도 제각각이라서다. 하지만 목표는 같다. 캐스릭은 외신 인터뷰에서 “둘 다 금메달을 따고 싶다. 한 명만 금메달을 못 딴다면 호주로 돌아가 너무 어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소원은 이루어질까. 일단 캐스릭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속한 호주 여자 럭비팀은 9일 결승전에서 뉴질랜드를 꺾었다. 남자 럭비 결승전은 12일 열린다.


물살 가르며 시작된 사랑 '수구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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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자가미(왼쪽)과 존 코테릴 [사진 페이스북]

호주 대표팀에는 물 위에서 시작된 사랑도 있다. 존 코테릴(28)과 니콜라 자가미(25)는 수구 에이스 커플이다. 체력 소모가 심한 살인적인 훈련을 견디며 가까워졌다. 두 사람은 식사를 할 때나 비시즌 중엔 수구와 관련된 대화는 웬만하면 피한다. 하지만 올림픽을 앞두고는 각자 훈련에 몰두하느라 식사자리에서 잠깐 얼굴을 보는 게 전부였다. 자가미는 "다른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우리는 서로 배려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호주 여자 수구팀은 리우에서 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자가미는 2012 런던올림픽 때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호주 남자 대표팀은 지난 올림픽에서 7위에 그쳤다. 두 사람은 ”색깔에 관계없이 함께 메달을 목에 거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호주 여자 수구대표팀은 13일까지 총 3차례, 남자 대표팀은 15일까지 5차례 조별 경기를 치른다.


동반 금메달 노린다 '철인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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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튼 이튼(왼쪽)과 브리앤 이튼 [사진 페이스북]

리우의 커플 중에는 부부도 있다. 미국의 애쉬튼 이튼(28)과 캐나다의 브리앤 이튼(28)은 세계가 인정하는 ‘철인 부부’다. 각각 남자 10종경기, 여자 7종 경기에 출전한다. 두 사람은 미국 오리건대학교 선후배로 처음 만났다. 2009년부터 같은 코치 밑에서 훈련을 하며 연인이 됐고 결혼에도 골인했다. 주례도 두 사람의 코치가 맡았다.

리우에서는 ‘부부 동반 금메달’이라는 진기록에 도전한다. 가능성도 꽤 높다. 애쉬튼 이튼은 지난해 베이징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045점을 기록했다. 남자 10종 경기 역사상 9000점을 돌파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브리앤 이튼도 2013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각각 17일과 12일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의 '부부 역사(力士)' 윤진희, 원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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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희(왼쪽)와 원정식 [사진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에선 부부 역사(力士)가 출전했다. 9일 동메달을 딴 여자 역도 53㎏급 윤진희(30ㆍ경북개발공사)와 남자 69㎏급 원정식(26ㆍ고양시청) 부부다. 윤진희는 대한민국 역도 황금세대의 주역이었다. ‘메달 풍년’이던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같은 대회에선 여자 75㎏ 이상급 장미란, 남자 77㎏급 사재혁이 금메달을 탔다. 원정식은 황금세대를 이어나갈 기대주로 꼽혔지만 불운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용상 183㎏을 들다가 쓰러져 큰 부상을 입었다. 2012년 은퇴 후 두 딸의 엄마가 된 윤진희는 남편의 재활을 도우며 바벨을 다시 손에 쥐었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윤진희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원정식은 같은 날 9위를 기록하며 두 번째 올림픽 무대를 마감했다. 경기를 마친 뒤 원정식은 “아내도 나도 다치지 않고 대회를 잘 마쳤으니 됐다. 최선을 다해 후련하고 만족한다”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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