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오 "6점대 쏜 게 오히려 정신 깨워준 인생의 한 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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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점대를 쏜 것이 오히려 정신을 깨워줬던 인생의 한 발이었다."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이룬 '사격의 신' 진종오(37·KT)는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악의 실수를 한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3연패의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승부였다.

순항하던 그는 7번째 사격에서 6.6점을 쏴 순식간에 6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탈락 위기에서 흔들리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해 연속으로 10점대 과녁을 뚫으며 조금씩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사격에서 9.3을 쏘며 우승을 거머쥐었다.

진종오는 인터뷰에서 "정말 메달을 따내지 못할 줄 알았다. 6점대를 쏜 것이 오히려 정신을 깨워줬던 인생의 한 발이었다. 6점대를 쏜 이후 정신을 차리고, 후회없는 올림픽을 하고 싶어서 이를 악물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6점대를 쏜 것은 긴장보다는 조준 자체가 잘못됐다. 이후 수정해서 쏜 게 잘 잡혀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속으로 스스로에게 욕도 하고 자책도 했다. 하지만 자주 나오는 점수가 아니어서, 전화위복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진종오처럼 총 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고 했다.

그는 "(10m 공기권총 5위를 한 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훈련했다. 내가 따고 싶다고 메달이 오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린 것 같다. 오늘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진종오답게 총을 쏘자'고 마음먹었다. 그랬더니 잘 풀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치명적인 실수를 딛고 '올림픽 3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진종오를 향해 외국 언론들의 찬사도 이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6.6점이라는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질렀지만 진종오는 결국 금메달을 차지했다"며 "6점대의 치명적인 실수도 진종오의 올림픽 3연패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WSMV 방송은 "경기 중간 6.6점을 쏘며 탈락 위기에 놓였던 진종오가 이후 연달아 10점대 사격을 하며 193.7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다"고 전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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