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무역보험은 ‘신산업 금광’으로 가는 징검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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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금광이 발견됐다!”

1848년 샌프란시스코 외곽에서 반짝이는 ‘사금(砂金)’ 덩어리가 발견된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조용했던 마을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기 시작한다. 이듬해 1849년, 금을 찾아 밀려드는 이들의 행렬은 절정에 이른다. 영어로 ‘49’를 의미하는 ‘포티나이너스’는 당시 금을 찾아 서부로 온 이들을 일컫는 고유명사가 된다.

‘골드러시’를 ‘탐욕의 시대’로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미지의 세계로 도전한 ‘포티나이너스’는 새로운 산업과 도시를 태동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광부들의 작업복 청바지는 패션 아이콘이 됐고, 금을 매입하던 전당포는 글로벌 금융사의 모태가 된다.

미국의 창조적 에너지를 대표하는 ‘실리콘 밸리’의 무대가 바로 이 곳인 점도 우연의 일치는 아닐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 않는 도전이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만들어 낸 ‘골드러시’의 역사는 ‘미래 먹거리’를 고민하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조선, 해운 등 주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수출산업을 다변화하고 경제 주체들의 도전을 이끌어 낼 ‘미래의 금광’ 발굴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기와 청년창업 등 미래에 베팅하는 민간의 ‘위험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무역보험 등을 통한 ‘수출과 투자의 안전망’이 넓게 뿌리내려야 한다.

다행히, 정부의 움직임은 빠르고 구체적이다. 지난달 발표된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 따르면, 서비스업에 대한 금융 혜택을 제조업 수준으로 늘리고, 교육·콘텐트 등 유망 산업의 ‘수출산업화’도 추진된다. 특히, 서비스업 연구개발(R&D) 투자를 2021년까지 4조7000억원으로 증액해 현재 3%에 불과한 투자 비중을 6%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책금융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잠재력이 높은 ‘차세대 산업’ 발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무역보험공사도 고위험 신시장에 대한 지원 강화 등 시장과 지원전략의 다각화를 적극 모색 중이다.

무역보험은 은행의 대출기능과 경쟁하지 않아 ‘시장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국제결제은행(BIS) 규제를 받는 국책은행과 달리 적은 재정투입으로 기업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미래 산업과 신흥시장 개척을 위한 최적의 수단인 셈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수출의 새로운 ‘미래’가 될 신산업과 신시장 개척을 위해 하반기 ‘수출총력지원’을 선언하고, 무역보험기금 확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전하고 있는 제조업 중심 산업이 다변화되면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도 한 단계 성숙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광을 찾는 광부들의 도전이 IT, 영화 등 미국의 창조성을 상징하는 ‘핵심 산업’으로 발돋움한 역사를 상기해 보자. 성장의 돌파구를 찾는 우리에게도 더 많은 ‘포티나이너스’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미래의 금광을 찾아 힘차게 도전하는 ‘포티나이너스’들이 경제의 새로운 ‘골드러시’를 열어 가도록 응원해 보자.

김영학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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