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재도약 출발점 선 현대상선의 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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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

최근 현대상선은 지난 5개월여 동안의 용선료 협상을 마무리하고 2M과 얼라이언스 가입에도 성공했다. 용선료 협상 결과 22개 전체 선주를 대상으로 평균 21%의 비용을 조정했다. 목표인 28.4%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드문 일을 해냈다. 얼라이언스 가입도 기대 이상으로 좋은 출발이다. 사채권자 채무재조정까지 채권단 출자 전환 조건을 모두 마무리했다. 이제 재도약의 출발점에 서 있는 현대상선의 남은 과제를 짚어 보자

첫째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더 이상 서비스 중단 우려가 제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합병이나 법정관리 등의 구조조정 논의는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둘째 확실한 생존 가능성과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컨테이너선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현대상선은 시황 약세로 수익개선이 쉽지 않다. 게다가 현대상선의 주력시장인 아시아-북미시장이 파나마운하 확장으로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 개선을 위협하고 있다. KMI는 아시아-북미 시장이 대형선 투입 증가로 향후 운임하락의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컨테이너선의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시황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컨테이너선 부문의 한계도 극복해야 한다. 지난해 6200억원의 당기 순손실과 올해 1분기 2700억원 손실을 보인 현대상선으로서는 20% 수준에 불과한 벌크선 부문 매출을 올려야 한다. 2011년에는 벌크선 매출 비중이 33%였지만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벌크선을 매각한 결과다. 신규 투자가 제한된 현대상선의 여건을 고려할 때, 벌크선 부문 부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해상물동량은 연간 110억t에 달한다. 컨테이너 비중이 16%, 대량 벌크화물이 78%,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큰 LNG 등 특수화물이 6%를 차지하고 있다. 앞으로 현대상선은 기회가 많은 대량화물과 성장성이 기대되는 특수화물 수송 역량을 확대해나갈 필요가 있다.

셋째로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 저비용 고효율일 뿐만 아니라 환경규제에 강한 선박이라야 한다. 국제해사기구(IMO) 규제는 물론 이보다 더 엄격한 미국·유럽· 중국 등 세계 최대 무역국가의 자체적인 규제를 충족해야 한다.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현재의 에코십(Eco-Ship)만으로는 미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한다. 비용효율화를 넘어 비용차별화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이러한 과제를 이행할 수 있는 최고의 현장 지휘관을 선택하는 것이다. 선박(기업)과 선원(직원)과 운명을 같이하는 선장처럼 사명감과 역량을 갖춘 대표를 뽑아야 한다.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을 샅샅이 찾아낼 수 있는 경험자를 선임해야 한다. 다만 곪은 부실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새로운 리더의 선택은 현대상선과 한국 해운의 미래를 보여 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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