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변형모기로 모기를 박멸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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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를 변형한 모기를 자연에 풀어놓아, 지카 바이러스나 뎅기열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기는 야생 모기를 박멸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지난 5일 "환경에 대한 중대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최종 견해를 발표함에 따라, 이 계획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유전자 변형 모기 방사 계획은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실시할 예정이지만, 반대 의견도 있는 만큼 계획의 실행 여부를 묻는 주민 투표를 거치게 된다.

계획에 따르면, 지카 바이러스나 뎅기열 바이러스를 매개하는 이집트 숲 모기가 많은 지역에 자연 상태에서 이틀 밖에 살지 못하는 '치사 유전자'를 지닌 수컷 모기를 대량으로 풀어놓는다.

이들 수컷 모기는 죽기 전에 암컷 모기와 교미를 하는데, 암컷이 낳은 알은 치사 유전자의 영향으로 성충이 되지 못하고 죽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집트 숲 모기 전체가 절멸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피를 빠는 건 암컷 모기로, 수컷 모기는 인간에 무해하다.

플로리다 주 남단의 플로리다 키즈 제도에서 모기 대책을 담당하는 당국은 이 기술을 개발한 영국 생명공학기업 옥시텍과 함께, 키헤이븐 지역에 유전자 변형 모기를 대량으로 풀어놓을 계획이다.

현재 이 지역에는 수백 세대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모기 개체수가 상당히 많다.

브라질, 파나마, 케이먼 군도에서 이뤄진 옥시텍의 이전 실험들은 이집트 숲 모기의 개체수를 90% 이상 줄이는 등 결과가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키 헤이븐의 일부 주민들은 이런 계획에 반대하고 있다. "실험용 쥐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모기가 완전히 사라지면, 이를 먹고 사는 다른 개체군도 생존에 영향을 받고, 결국 생태계가 교란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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