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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카톡 징계하는 육사, 해외여행 막는 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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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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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육관 참여해야만 단체 대화방 허용

“단체 카톡방을 없애라. 어길 경우 징계 대상이 된다.”

군인복무기본법 안 먹히는 군대
생도 사생활 침해 개선 아직 멀어
간부 화투 쳤는데 병사들 휴가 취소
금전사고 막는다며 통장 걷기도

지난달 말 육군사관학교가 생도들에게 내린 지시다. 8일 복수의 육사 관계자에 따르면 생도 생활을 관리·감독하는 훈육관이 참여하지 않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대한 전면 금지령에 생도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런 육사의 조치가 인권을 침해한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육사 생도 A씨는 “최근 정신교육시간에 카톡방 관련 지침을 지시받았다. 동기들끼리의 카톡을 금지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국방부가 ‘군인복무규율’ 대신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군인복무기본법의 기본 취지는 시대 상황과 복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군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법은 사생활 비밀과 자유(제13조) 및 통신 비밀 보장(제14조)을 명시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육사의 조치는) 왕따 등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지침”이라면서도 “생도들의 교류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군 법무관 출신인 강석민 변호사는 “군인복무기본법의 취지는 군인의 기본권 제한이 과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동기들끼리 카톡방을 만들어 교류하는 것까지 개입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의 측면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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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방문 외 나홀로 해외여행 금지

군인복무기본법과 일선 현장의 지침이 상충되는 경우는 또 있다. 공군사관학교의 경우 휴가 중인 생도의 해외여행을 규제하고 있다. 외국에 거주하는 친인척 방문을 제외하고는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남녀 생도 2명이 해외여행을 가는 것도 제한된다. 이는 공사 생도 생활지침서에도 명시돼 있다. 공사 측은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권 제출을 명령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대법원이 생도 간 성관계로 인해 퇴학 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면서 “공사의 해외여행 규제는 사고 방지 차원이라고 보기엔 개인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간부의 일탈행위로 인해 병사들의 휴가가 취소되는 황당한 사건도 있었다. 지난 6월 육군 30사단에서는 격오지 파견 근무에 나갔던 일부 간부들이 화투를 치다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대대장은 해당 간부뿐 아니라 함께 파견 근무를 했던 병사들에게도 연대책임을 물어 휴가를 취소했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군인복무기본법상 휴가 보장(제18조)을 위반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육군 65사단에서는 금전사고 예방을 명분으로 간부들에게 개인 통장 제출을 요구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군인의 기본권 제한은 직무상 필요성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며 “이에 위배되는 하급 부대의 세부 지침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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