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고 주가시대로|미·일·유럽 등 증시도 폭발 장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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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내 증시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듯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선진국 증시도 폭발 장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는 지난달 27일 뉴욕 다우존즈 공업주 평균 주가가 사상 최초로 1천7백 달러 선을 돌파했다.
또 같은 날 런던 증시도 주가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의 동경 증시도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다가 지난 10일 사상 최초로 일경 평균 주가가 1만4천엔을 뛰어 넘는 등 12일까지 내리 9일째 사상 최고치를 정신하고 있다.

<인플레 우려 적어져>
세계 각국의 주가는 그 동안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유가가 배럴 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진 지난 1월20일을 전후해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국내 주가도 올 들어 지난 1월24일 최저로 떨어졌다가 그 이후 상승세로 돌아서 지난 7일에는 종합 주가 지수가 1백90선에 육박하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말하자면 한국을 비롯, 세계적인 고 주가시대가 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주가가 거의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지난해 9월의 G5 (선진 5개국) 회담 이후 세계 금융계의 변화와 유가 하락의 영향 때문이다.
우선 세계 최대의 규모인 뉴욕 시장은 유가 폭락 추세와 더불어 중앙은행인 FRB (미 연방 준비 제도 이사회)의 재할인율 인하가 증시를 걷잡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황소 힘처럼 치솟아 오르는 이른바 「불마킷」이 되었다. 최근 하루 평균 1억2천만∼l억6천만주가 거래되는 폭발 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는 물론 증시의 큰손인 기관 투자가들도 이때를 놓칠세라 뛰어들어 「사자」는 주문도 계속 나오고 있으나 매물 구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달러화 약세와 금리 인하가 인플레를 유발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유가 하락으로 거의 해소 된데다가 이에 따른 수출 증대 및 수입 감소로 앞으로 2∼3년 동안 미국 경제 성장이 크게 신장되리라는 전망이 지배적 이어서 주가는 더욱 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다.
뉴욕 증시는 작년에 시중에 물린 돈이 넉넉한데다 지난달 초 그 동안 1천5백 달러 선에서 오르내리던 다우존즈 공업주 평균이 유가하락으로 높은 수익이 예상되는 운송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급등, 지난 2월6일 이미 주가는 평균 1천6백 달러 선을 사상 처음 돌파했다. 그 뒤 불과 20여일 만에 또다시 1천7백 달러 선을 넘어서는 기록적인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관련주 내림세>
이 같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뉴욕 증시의 주가는 올 들어 불과 2개월만에 11.1%의 상승률을 보였다.
뉴욕 증시 전문가들은 운송주·금융주·화학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계속 오름세를 유지, 멀지않아 다우 평균이 1천8백 달러 선을 뛰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동경 주식 시장도 폭발 장세다. 작년말 일본의 막대한 무역 흑자로 인한 미국과의 무역 마찰과 엔고에 따른 수출 타격 예상으로 경제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동경 증시는 다소 부진했었다.
그러나 지난 1월30일의 1차 재할인율 인하 이후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기관 투자가들마저 금융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바람에 동경 증시는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고 있다.
동경 증시는 물가 지수 하락과 4∼5%로 예상되고 임금 인상 등 내수 확대책의 실시로 특히 내수에 기반이 튼튼한 기업 관련주의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주가 급락 걱정도>
이에 따라 수출 관련의 전자·자동차주 등은 내림세인데 반해 부동산·주택건설·공공사업·의약품 등 내수 관련주와 우량 전기주는 높은 인기 속에 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특히 동경 증시는 예년의 경험에 비추어 3월말에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상승 추세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런던 시장은 미국·일본·서독 등의 금리 인하가 잇따르자 영국도 이에 동조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속에 주식 시장으로 돈이 몰려 파이낸셜 타임즈 지수가 1천3백대 선 (35년7월1일주가=1백)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밀라노 시장도 최근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데 피아트 자동차주 등은 「사자」는 주문이 쇄도해도 매물 구경하기조차 힘든 실정이다.
서독 프랑크푸르트 시장도 지난 6일 재할인율을 4%에서 3.5%로 낮추면서 주식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세계적인 증시의 활황 국면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엔고의 일본에서는 그 소리가 높다.
일본의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일경 평균은 2월말 현재 작년 9월의 G5 회담 이후 5.7%가 오르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미국의 뉴욕 다우 평균이 29.4%,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지수가 23.3%, 서독의 코메르츠 지수가 39.2%씩 오른데 비해 상승률이 매우 낮은 실정이다.
또 세계 최대의 채권국인 일본으로서는 경쟁적인 금리 인하가 호재로 작용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또 미국에서도 최근의 활황 장세가 지속돼 87년까지는 주가가 계속 올라 투자자들은 70년대 부동산에서 재미를 보았던 것처럼 좋아하겠지만 여기에 너무 매달리다보면 언젠가는 올 주가 급락으로 지난 29년의 대공황 때처럼 쓴맛을 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어쨌든 현재 주식 시세의 급등은 금리 인하·세계 경기 회복·선진국 금리 재 인하 가능성 등이 주인인데 그 지속 기간이 어느 정도가 될지 두고 볼만하다. <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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