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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영난 아시아나 역발상…금요일 오후 5시 칼퇴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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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 5일 금요일 오후 5시. 서울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 사무실마다 ‘퇴근송’이 울려 퍼졌다.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사람의 마음’에서 ‘이제 집에 가자’란 가사만 편집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내 DJ는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집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전부 뻥입니다잉. 얼릉얼릉 집에 가십쇼잉”이란 멘트를 쏟아냈다. 직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짐을 싸서 퇴근하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5시에 퇴근을 ‘강제’하는 아시아나항공의 ‘패밀리 데이’ 장면이다. 특히 ‘퇴근송’과 함께 사투리나 엉터리 일본어, 교통방송, 개그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내용으로 만든 사내 방송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아시아나는 경영난으로 올 초부터 지점 통폐합과 적자 노선 폐지, 희망퇴직 같은 절차를 밟아 왔다. 이 와중에 근무기강을 다잡는 대신 직원의 기를 살리는 ‘역발상’ 시도에 나섰다는 평가다.

올해 초 패밀리 데이 도입 초반만 해도 잘 지켜지지 않아 직원 불만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4월 박삼구 회장이 “회사가 살려면 가족부터 행복해야 한다.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도록 문화를 확 바꾸라”고 지시했다. 독특한 사내 방송은 이때부터 도입됐다. 오후 5시면 요즘 같은 폭염에 냉방장치까지 끌 정도로 퇴근을 ‘강제집행’하는 식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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