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인종차별 그만, 목소리 더 높여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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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인 배우의 대표주자인 존 조(44). 그는 ‘화이트 오스카’라는 비판을 받은 올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여론의 중심에 섰다. 때마침 할리우드 영화의 유색인 역할에 백인들을 캐스팅하는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까지 이어지자 미국 네티즌들이 이를 비판하며 ‘007’ 등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에 그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패러디 게시물을 SNS에 공유한 것이다. 미국 언론에도 조명된 일명 ‘존 조 놀이(#StarringJohnCho)’ 열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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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비욘드’의 존 조. [사진 파라마운트]

18일 국내 개봉하는 ‘스타트렉 비욘드’로 국내 팬들을 만나는 그를 LA 인근 베벌리힐스에서 만났다. 한국에서 태어나 LA로 이민와 자란 그는 2004년 영화 ‘해롤드와 쿠마’로 데뷔해 호평받은 후 드라마 ‘키친 컨피덴셜’(2005), 영화 ‘토탈 리콜’(2012) 등에 출연했다.

이번 작품에 출연한 소감은.
“2009년 J.J. 에이브럼스 감독 연출로, 새롭게 출발한 ‘스타트렉’ 리부트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리부트 1편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2편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에이브럼스)에 이어 3편에도 출연하게 됐다. 이번 영화는 중국계인 저스틴 린 감독이 연출하고 공동각본가인 더그 정도 한인이라 느낌이 각별했다. 현장에서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던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기뻤다.”
엔터프라이즈호 일등 항해사 술루 역을 맡았는데, 1~2편보다 비중이 커졌다.
“전반적으로 캐릭터들의 관계에 치중한 스토리라 술루가 더 매력적으로 그려진 것 같다. 은하계를 지킨다는 거창한 목표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려 애쓰는 모습에 관객들이 크게 공감할 것 같다.”(이번 영화에서 술루가 게이라는 설정이 처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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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포스터에 존 조 얼굴을 합성한 ‘존 조 놀이’의 하나. [사진 파라마운트]

‘존 조 놀이’의 주역인데, 소감은.
“처음엔 황당하고 겁도 났다. 사람들이 나를 동정하는 건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곧 이게 ‘나’에 관한 게 아니란 걸 깨달았다. 난 그저 창구가 됐을 뿐이고, 이를 통해 건전한 토론이 시작될 수 있었단 사실이 기뻤다. 그 방식 또한 아주 영리하고 재미나 기분 좋았다.”
할리우드의 인종 다양성 논쟁이 뜨겁다.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우린 아직 충분히 분노하지 않았고, 필요한 걸 요구하지도 않았다. 어지간해선 나서지 않으려는 아시안 특유의 문화적, 정서적 이유도 있다. 학교, 직장 등 모든 일상 속에서 부당한 처우엔 반대하고 원하는 바를 당당히 외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화 속 아시안들의 지위는 현실 속 우리의 위치를 반영하는 척도다. 할리우드는 물론, 사회 전반이 함께 노력해 세상을 바꿨으면 한다.”
에이브럼스와 린 감독을 비교한다면.
“에이브럼스는 외향적이고, 언제나 현장의 최고 ‘스타’다. 반면 린은 뒷자리에 있는 걸 즐기고, 굉장히 열심히 일한다. 에이브럼스보다 ‘스타트렉’ 시리즈에 대한 팬심도 큰 것 같다. 린 감독과는 2002년 ‘베터 럭 투모로우’ 이후 14년 만의 재회다. 저예산 인디영화로 시작한 린 감독과 내가 이렇게 큰 스케일 영화로 다시 만나니 놀랍다.”

베벌리힐스=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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