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까지 나선 대선자금 고해성사] "김근태 일방 고백 웃음거리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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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2002년 대선자금의 공개를 거듭 촉구했다. 지난 15일 문희상(文喜相)대통령 비서실장의 기자회견보다 한층 공세적이다.

당시 文실장이 고해성사 자체에 무게를 뒀다면 이날 盧대통령은 고해성사에 대한 검증을 강조했다. 공개 내역이 거짓인지 아닌지 가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검증기관으로 盧대통령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아닌 훨씬 강력한 기관을 거론했다.

특검이든 검찰이든 수사권을 가진 기관에 여야 모두 대선자금에 관한 수사를 받자는 얘기다.

盧대통령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민주당부터 나름대로의 기준과 절차를 정해 공개하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공개하면서) '나는 떳떳하다'고 말하겠지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면서 철저한 검증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盧대통령은 굿모닝시티 사건에서 드러난 검찰의 강도 높은 비리 수사 의지를 예로들며 일단 검증기관으로 검찰을 거론했다.

그러나 야당이 검찰 수사에 의구심을 가질 경우 "국민 보기에 심하다 싶지 않을 정도면 자기들 원하는 방향대로 방법(특검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증 후의 정치인 처리 문제에 대해선 "국민이 허용할 수 있다면 국회 스스로 면책 법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국민이 허용하지 않으면 처벌받을 각오를 하고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면책에 무게를 두었던 文실장과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단 盧대통령은 고해성사 대상에서 대선 후보 경선자금은 제외했다.

盧대통령은 "2억5천만원의 후보 기탁금 외에 실제 경선에 들어가는 비용은 합법의 틀에서 할 수가 없었다"며 "일방적 고백이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의 (경선자금)고백이 웃음거리가 되고만 것을 보면 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盧대통령은 "다른 사람(경선주자)들보다 훨씬 적은 돈을 쓰고 저 혼자 (공개하는)어리석은 일은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盧대통령의 회견에 대해 정치권 주변에선 "정치개혁과 사정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盧대통령은 이날 아예 수사를 지시할 용의는 없느냐는 물음에 "국민이 지시를 하라고 하면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할 용의도 있다"고 했다.

강민석.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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