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방전되는 배터리 비밀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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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급속 충·방전 배터리 개발은 삼성전자·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사의 숙원이다. 전기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배터리 효능을 개선해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늘리는 게 관건이다. 배터리가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리가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탓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원리 밝힌 연구
스탠퍼드대 임종우 박사 주도
5일 사이언스지에 발표

하지만 조만간 이런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 과학자 주도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원리가 처음 밝혀졌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센터(SLAC),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팀은 “소형 배터리를 특수 제작해, 배터리 입자 내부로 리튬이온이 들어가고 나가는 모습을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이번 연구의 제1 저자는 한국인인 임종우 스탠퍼드대 박사다.

리튬이온배터리 내부 리튬이온 입자. [출처=폴 뮬러 스탠퍼드대 연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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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자체 제작한 배터리 안을 직접 들여다보면서, 배터리가 작동하는 복잡한 원리를 밝힐 수 있었다. 기존 연구가 리튬배터리에 뭉쳐진 수백개 리튬이온 입자들의 평균적인 성질만 분석했다면, 이번 연구는 리튬이온 1개가 어떻게 오가는지를 밝혔다. 리튬이온이 전극물질 안을 들어오고 나가는 원리가 밝혀진 건 처음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 등에 사용하는 배터리의 수명이 닳는 원리도 알아냈다. 리튬이온이 배터리 전극물질을 들락거리면서 배터리가 충전되거나 방전되는데, 이 과정이 다소 불규칙하다. 특정 배터리입자는 리튬이온을 많이 받아들이고, 특정 입자는 적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이런 불규칙성이 높을수록, 배터리입자에 균열이 발생해서 배터리 수명이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배터리가 방전보다 충전될 때 이런 균열이 더 크게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가 충·방전되는 과정에서 왜 배터리 수명이 줄어드는지 근본적인 원리를 파악한 것이다.

임종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배터리의 속도와 수명 향상에 직접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연구”라고 말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에서 사용하는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는데 활용될 전망이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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