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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개헌」놓고 불안한 소강상태|속셈 달라도 국회소집엔 접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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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89년 개헌」제의가 나온 2·24청와대회동이후 정국이 복잡 미묘하게 얽힌 가운데 여아는 일단 내주부터는 임시국회소집 대화를 나눌 전망이다.
당분간 험한 양상은 피차 피할 것으로 보이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고 국회소집 외에는 의견접근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정국은 한마디로 불안한 소강상태.
게다가「89년 개헌」제의의 해석을 놓고 여야가 각기 내부적으로도 미묘한 곡절을 겪어 눈길을 끌었다.
○…민정당은 지난달 27일의 고위당정회의를 계기로 개헌논의 등 모든 정치현안을 당에서 주도하고 적극적인 대화접촉에 나서기로 함으로써 그 동안의 다소 어정쩡한 입장에서 벗어난 인상.
이세기 총무 등 총무 단은 그 동안 신민당과 막후접촉을 활발히 해왔다는 얘기인데 어느 정도 정지작업이 됐다고 보고 내주엔 총무회담을 제의할 계획.
이 총무는 28일『아직 저쪽에서 분명한 사인이 오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김동영 신민당총무에게 전화를 거는 등 적극적인 자세다.
이 총무는 그러나 신민당 측이「89년 개헌」제의를 거부한데 대해『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해지지 않았느냐』고 강조하고『달래서 함께 가려고 하는데 말 안 들으면 떼어놓고 가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해 단독국회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민정당내에는 대야대화에 관해『이제부터 서로의 입지를 살려가며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낙관론도 없지 않으나「89년 개헌」거부 등 신민당의 자세로 보아 국회소집협상부터 쉽지는 않으리라는 신중론이 우세한 편.
그러나 신민당 역시 임시국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소집조건에서 이견이 크더라도 소집자체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있다.
○…청와대 회동이후 민정당이 가장 곤혹스러워했던 대목은「13대 대통령은 과도」라고 규정됐던 점.
회동 다음날(지난달 25일)『현대통령 임기종료 후 선출되는 대통령은 올림픽을 치르고 개헌작업을 완료하는 임무를 마친 뒤 새 헌법에 의해 선출되는 대통령에게 그 직을 넘겨주는 과도체제…』라는 내용의 기사가 일부신문에 보도되자 민정당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하위당원들간에는『민정당은 껍데기가 아니냐』고 심각하게 동요하는 분위기 였던 것.
또 하나 민정당이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은「89년 개헌」에 대해 노태우 대표위원이 전달한 청와대회담의 감보다 훨씬 단정적이고 진전된 내용들이 보도됐다는 점.
27일 당직자·시도지부장회의에서 노 대표는 이 문제에 대해 청와대발표문과 자신의 메모를 들고 나와 직접 해명했고, 심명보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에도 언급을 피하다가 질문이 빗발치자『우리 나라에서 과도정부는 4·19이후 개정된 헌법에 따른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 허정 정부였다』며 차기 후보는 개헌을 하게 되더라도 그후의 정부에「계속」참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반어적으로 시사.
결국 이 같은 문제들을 둘러싼 시비곡절과 잡음(?)때문에 27일 당 중집 위원들이 참석한 고위당정모임이 마련됐고 일단 헌법문제 등에 대한「당 주도」로 결론을 내러 당 해석이 정세로 일단락.
그러나 이 문제의 성격상 공식결론과는 상관없이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89년 개헌」에 대해 심명보 대변인은『「89년 개헌」은 확인하지만 지금부터 정쟁적 차원에서 시끄럽게 논의하는 것은 온당치 않으며 국가대사를 치른 후 개헌을 하자는 것이 당의 방침』이라고 설명.
다시 말해 국가대사를 치르기 전에는「조용하게」, 치른 후에는 좀더「본격적으로」개헌논의를 하자는 게 민정당의 입장.
다른 당직자는『개헌문제는 앞으로△민정당 후보자의 공약△대통령선거 때의 공약△13대 국회의원선거 때의 당의 공약 등 당의 기본방침을 밝힐 기회가 많으므로 좀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며『「지금 이러니까 앞으로 이럴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
○…「89년 개헌」제안을 공식 거부한 신민당은 2단계개헌서명운동을 표방하고 그에 따른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대화 모색을 계속하고있다.
3월 임시국회소집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든지, 임시국회기간 중엔 개두 추진본부 현판식 또는 지구당개편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는 점등은 표면에 나타난 강한 「전의」에도 불구, 내심 대화용의가 있다는 제스처로 봐야할 대목.
신민당은「89년 개헌」제안에 대해 처음엔 당론결정을 유보하고 진상파악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대화에 의한 정국해결의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었다.
결국 양금 진영에 의해『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분위기는 급선회하고 말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의원들은 협상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었다며 아쉬워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 주류가 이를 거부한 것은 청와대회동 자체를 2·12기습서명이후의 장외투쟁과 내외여론에 힘입은 결과의「소득」으로 분석하고 좀더 밀어붙이면 더 큰「떡」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기 때문.
특히 때맞춰 터진 필리핀사대의 영향도 적지 않게 받고있는 분위기.
김영삼 고문은『서명운동확산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라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일부에서는 2차 서명의 시발로 잡고 있는 오는11일의 서울시지부 현판식에 앞서「제3의 방법」이 기습적으로 채택될 것이란 풍문이 나돌기도 한다.
비주류를 포함해 당내엔「89년 개헌」제안을 진일보로 평가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1년의 시차만 있을 뿐 개헌엔 상호의견일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협상을 통해 야 측이 주장하고 있는「임기 내」의 시점으로 설득해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해야하며 그 길만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있다.
주류 측 역시「89년 개헌」에 대해△여 측의 진심 △「89년 개헌」의 보장방법△다음에 나올 카드에 대해선 몹시 궁금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많은 신민당의원들은△89년 초에 있을 13대 의원선거결과 △88년에 출범할 대통령이 89년 개헌 후 다시 출마할 수 있는지 등 개헌후의 여권후보문제 등「89년개헌」구상에는 변수가 많다고 보고있다.
주류의 몇몇 의원들 중엔『임기 전 개헌과 89년 선거실시 설이면 타협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그러나 현재는 두 김씨의 외세에 눌려 이러한 관심들은 낮은 목소리로 맴도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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