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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천리에 「27시간 격론」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2월말결산 상장기업들의 정기 주총이 28일하오 삼성전자와 금성사의 주총을 끝으로 모두 끝났다.
올해 주총은 대부분의 기업이 영업실적이 부진해 적지 않은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으나 「사원주주」를 동원하거나 주총장소를 자기회사의 강당이나 공장으로 택하는 등 회사측의 치밀한 사전배려 (?)에 의해 30∼40분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러나 연합철강등 대주주와 현 집행부간에 알력이 있는 일부회사는 이틀동안 주총이 계속되는 등 난항이 있기도 했다.
○…12월말 결산 상장법인은 모두 2백43개. 이 가운데 부실기업정리대상에 낀 건설업체와 관리대상업체인 대동화학·삼성제약·동산유지·진양·공영토건·서울교통·흥아해운·정풍물산등 8개사 등은 아예 주총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했고 남광토건은 오는6월중에 주총을 열기로 했으며 대한모방은 총회가 도중에 정회돼 오는 17일 다시 열기로 하는 등 10개 사가 주총을 끝내지 못했다.
○…또 증귄거래법상 주총 1주일전까지 증권감독원에 제출토록 돼있는 감사보고서를 대부분의 기업들이 제때에 내지 않는 등 고질적인 병폐는 예년과 다름이 없었다.
○…지난해 주총때 선두다툼으로 치열한 경쟁을 보였던 가전업계의 삼성전자와 금성사는 28일 같은 시간인 하오3시에 각각 주총을 개최했는데 사전에 양사가 이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1조6천9백36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려 1조2천5백28억원의 금성사보다 4천4백억원 이상 더 팔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전년에 이어 가전업계의 선두를 지킨 기념으로 주주들에게 소형전자계산기 1개씩을 선물.
한편 금성사는 7년동안 경영을 맡아 왔던 허신구 사장이 이번 주총을 끝으로 (주)럭키로 옮겨가게 됐는데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뛰어난 경영수완을 발휘한 허사장에게 격려를 보내자』 는 한 주주의 제의로 박수로 환송하기도.
삼성전자는 순익이 2백15억원으로 84년의 2백51억원에 비해 준 반면 금성사는 1백11억원으로 84년의 1백5억원에 비해 약간 는 것으로 결산.
○…동국제강으로 넘어가게 된 연합철강의 주총은 연 이틀에 걸쳐 27시간을 끄는 등 주총 사상 보기 드문 난항을 거듭했다.
이는 연철의 창업주이자 30%의 주식을 갖고있는 대주주 권철현씨측이 회사인수에 승복치 않아 26일 하오2시에 시작한 주총이 이튿날인 27일 새벽 4시까지 정회를 거듭하며 지속되다가 이날 하오5시에야 끝났다.
문제의 발단은 배당으로부터 시작됐는데 당초 집행부측에서 제시한 10%에 대해 권씨측이 15%를 주장, 결국 정회끝에 12%로 결정됐다.
회의가 속개되면서 권씨측 주주들은 현 이사진이 아직 인수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동국제강 장상태회장의 지휘를 받는등 경영권을 포기했고 이사 3영을 부당하게 내쫓았다고 맹공을 퍼부으며 속히 주총을 끝내려는 집행부측을 물고 늘어졌다.
집행부의 해명과 권씨측의 추궁이 계속돼 회의는 난항을 거듭, 모두 7차례나 정회가 선포된 것.
이 과정에서 한때 아우성이 일어 사복경찰들이 회의장 밖에서 대기하는가 하면 대표이사 해임결의안이 발의돼 의장이던 정재덕 사장이 교체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국 말썽을 빚은 임원 선임안은 표대결 끝에 62대38로 집행부 안대로 통과됐다.
○…해외건설불황업체로 올해도 큰 폭의 적자를 시현, 완전무배당인 (주)한양의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소리없는(?)호소로 경영진의 분발을 촉구하는 「해프닝」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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