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대체 위한 투자확대|KDI의 올해 경제전망 수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 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율이 수출·투자활성화에 힘입어 7.5%의 실질성장율을 이룩하고 국제수지는 5억 달러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작년 말의 예측 치였던 6.5%보다도 1%포인트 높고 올해 경제운용 계획상의 7%보다도 0.5%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KDI의 이번 수정전망은 물론 연초의 원유가 하락과 지속적인 달러 약세화 등 국제 여건의 변화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국제 원유가는 더 많은 가변요인을 안고 있고 달러·엔 조정에도 상당한 불가측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같은 총량지표들 또한 가변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이 같은 국제여건의 변화가 분명히 국내 경제운용과 기업활동에는 유익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를 당장의 경제적 주름을 펴는데만 활용하거나 지표상의 실적 상승에만 집착한다면 모처럼의 호기를 낭비하는 셈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지금 중요한 것은 실질성장의 확대나 무역수지 등 경제운용 결과치의 상승이 아니라 산업구조의 효율화를 의한 재편성이다. 따라서 유가 하락에 따른 성장률의 자연증가나 산술적인 무역수지개선 또는 물가하락에 안주해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이런 결과치로서의 지표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유가 하락만으로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이룰 수 있는 목표들일지 모른다.
그보다는 우리가 그 동안 노력해도 쉽게 이루지 못했던 산업 재편성을 위한 경제의 대수선 작업이 더 값지게, 더 장기적으로 보상받는 길이다. 이 점에서는 이번 제시된 KDI의 정책제언은 적절한 시의를 얻고 있다. 이 연구원은 올해 경제전망과 함께 발표한 정책 권고에서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이 민간설비투자를 촉진하고 산업구조 조정을 원활히 하여 대내외 균형을 동시에 달성하도록 촉구했다.
특히 원유가의 하락을 계기로 국내 유가도 가능한 한 크게 조정하고 일본엔화 상승율 계기로 미국시장 정책과 일본·구주시장 확대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 같은 권고들은 모두가 국제여건의 호전을 일시적 캄프르 주사로써가 아니라 항구적 체질강화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 그리고 그 지름길은 신투자와 시설 개체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산업재편성을 위한 신투자와 설비 대체를 통한 국산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유가와 엔 상승은 국제수지의 일시적 개선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새롭고 경쟁력 있는 소재·부품·중간재산업에 대한 왕성한 신투자가 일어나고 대일 의존도 높은 기계류의 국산화 대체가 활발히 추진돼야 우리의 국제수지 구조는 비로소 구조적·장기적 안정기반을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중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경상수지 5억 달러 흑자는 그 의미가 결코 적지 않으나 이 같은 유가이득에 의한 개선보다는 산업구조의 개선과 수입대체에 의한 국제수지구조의 안정이 무엇보다도 더 바람직한 상태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재정과 통화금융, 조세와 행정이 이 같은 신투자와 기술혁신을 적극 뒷받침하는 일이 긴요한 과제가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