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반대 국민의당 성주행…"성주 군민들 대한민국 국민 대신 십자가 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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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군청 앞에 선 버스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내리자 “반갑습니다”며 박수가 쏟아졌다. 성주군민들이 모인 군청 대강당으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들어서자 ‘사드 결사 반대’가 적힌 파란색 머리띠를 둘러 멘 성주군민들이 ‘박지원’을 연호 했다.

 
당 소속 의원 16명 성주행…주민들 박수치며 환대
성주군민 "국민의당에 이렇게 환호할 줄 몰라"
사드 공청회ㆍ사드 대책 특위 구성 등 추진
박지원 "상선약수...원외 투쟁은 안 해"

박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늘 성주 군민과 함께 했다. 우리 국민의당은 국회에서 어떤 당보다도 먼저 사드 배치 철회, 국회 비준 동의안 제출을 당론으로 결정해서 여러분과 함께 투쟁해왔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고한다”고 말했다.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당의 1일 경북 성주군 방문 모습이었다. 이재복 성주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공동투쟁위원장이 “국민의당이 오는데 이렇게 환호할 줄 몰랐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난달 26일 성주군청에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찾아왔을 때 성주군민들은 상복을 입고 ‘근조 새누리’ ‘우리 마음에서 박근혜는 죽었다’ 등의 팻말을 들고 나와 새누리당 장례식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당은 현역의원 38명의 절반에 가까운 16명의 의원들이 성주를 찾았다. 박 비대위원장,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와 정동영ㆍ주승용ㆍ조배숙ㆍ권은희ㆍ이용주ㆍ이용호ㆍ손금주 등 호남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었다. 사드 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안철수 전 대표는 동참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은 사드 배치 예정지인 성산 포대를 둘러 본 후 성주군청으로 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를 성주로 기정사실화하고 불순세력, 외부세력 운운하면서 성주의 지역이기주의로 이 문제를 몰아가고 있다”며 “참외밭을 갈아엎은 심정을 이해한다. 대한민국 그 누구라도 자기 앞마당에 사드가 배치된다면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정책위 의장은 “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대한민국을 많은 국민을 대신해 십자가를 메고 있다”고 말했고, 정동영 의원은 “사드를 성산 포대에 갖다놓게 되면 통일의 문은 닫히고 분단 고착화의 길, 영구분단의 문이 열리기 때문에 우리는 반대하는 것이다”이라며 “(성주 주민들이 이용하는) 왜관역에서 성주 참외를 싣고 압록강 건너 만주 땅에도 팔고 시베리아에 파는 날을 만드는 게 국민의당의 평화통일 정책”이라고 말했다. 발언마다 박수가 쏟아졌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촉구하는 등 야권 공조를 강화와 국회 사드 대책 특위 구성과 공청회 개최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 했다.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관 부대사를 면담하고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의 외교적 노력을 하겠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압박도 잊지 않았다. 박 비대위원장은 "더민주도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후보 나온 4분들이 또 99.99%의 국회의원들이 사드를 성주에, 우리 대한민국에 배치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가 끝나면 사드 배치 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여러분 더민주가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도록 꼭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다만 박 위원장은 장외 투쟁 계획 등을 묻는 성주군민들에게 “상선약수라고 하지 않나. 물이 위에서 밑으로 흘러가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누차 강조했지만 일단 원내에서 투쟁을 하겠다”며 수위조절을 했다. 성주의 성산포대에서도 “어떠한 경우에도 평화롭게 여러분의 의사가 자유스럽게 표출돼야 한다”며 “어떠한 구실을 줘서 그것으로 갈라치기하는 일을 당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은 2일 오전 의원 총회를 열어 사드배치 철회를 백악관에 청원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에 동참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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