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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의자에 손·발 묶여 ···소년원 학대 영상 일파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쿠바 관타나모의 미군 수용소를 연상케 하는 잔혹행위가 한 소년원에서 벌어져 호주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25일 호주 공영 방송 ABC의 시사고발프로그램 '포 코너스((Four Corner's)'는 호주 북부 노던테리토리 준주(NT)의 돈 데일 소년원에서 벌어진 잔혹행위를 고발했다. 포 코너스 공식 페이스북에 공개된 소년원 CCTV 영상은 31일 오전 조회 수 280만 회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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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 코너스` 영상 캡처

방송에 따르면 딜런 볼러(18)는 감방 안에서 휴지를 던지고 자해를 시도 했다는 이유로 교도관들에 의해 의자에 2시간 동안 묶여 있어야 했다. 교도관 4명은 딜런의 옷을 벗기고 손과 발목, 목 부분을 의자에 묶었다. 얼굴은 흰색 두건으로 덮었다. 이 의자는 수감자의 손발을 묶어놓을 수 있는 특수 용도로 제작된 것이다.

딜런은 11살 때부터 폭행과 강도 등으로 소년원을 들락거렸으며, 2008년부터 교도관들의 폭행에 시달렸다. 2010년 영상에는 교도관 4명이 딜런을 바닥에 내동댕이친 후 옷을 벗기는 모습이 담겼다. 2011년에도 교도관들의 폭행이 이어졌다. 교도관들에 의해 옷이 벗겨진 딜런은 한동안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영상이 보도되자 호주 사회는 분노했다. 맬컴 턴불 총리는 26일 오전 진상조사를 위한 위원회 설치를 발표했다. 턴불 총리는 "'포코너스를 보고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소년원 조사를 통해 어떻게 이런 학대 행위가 가능했는지 밝히겠다. 왜 지금까지 이런 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방치됐는지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애덤 자일스 수석장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충격적이다"라며 "이번 일은 인권 침해이자 국제연합(UN) 아동권리협약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다. 아동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검 도입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딜런의 변호사 피터 오브라이언은 언론을 통해 "볼러가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교도관이나 다른 수감자들로부터의 폭력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격리 수감을 신청한 상황이다. 즉각 가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0일에는 시민들이 호주 시드니 시청 앞에서 돈 데일 소년원의 아동 학대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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