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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광산 찾는 로봇 ‘미내로’ 수심 1370m서 자유자재 주행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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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호 4 면

2014년 캐나다의 한 광산업체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태평양 섬나라 파푸아뉴기니 정부로부터 세계 최초로 심해광산 채굴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직 채광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금·은·구리·아연 같은 금속을 연간 130만t 정도 캘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사실이 알려진 이후 심해광산 개발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희소금속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한다. 리튬·인듐·망간·코발트·플래티넘 같은 희소금속은 첨단 디지털 기기를 생산하는 데 많이 쓰인다. 전 세계적으로 희소금속 공급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아프리카·캐나다·호주 등지의 광산에서 채취할 수 있는 금속의 양이 점점 줄고 있어서다.


해저의 검은 노다지 망간단괴육지광산을 대신할 새로운 자원의 보고로 떠오른 곳이 바다다. 심해에는 생물·광물·에너지자원이 풍부하다. 특히 바다의 망간단괴, 망간각, 해저열수광상에는 자원이 다량 함유돼 있다. 망간단괴에는 첨단산업의 기초 소재로 활용되는 망간·니켈·구리가 많다. 그래서 해저의 검은 노다지로 불린다. 망간단괴 1t의 경제가치는 약 828달러로 평가된다. 망간각은 해저산 사면에 흡착돼 형성되는 광물자원이다.


해저열수광상은 수심 1000~3000m에서 마그마로 가열된 열수(熱水)가 온천처럼 솟아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광물을 말한다. 20년간 연 30만t을 캐면 약 65억 달러의 수입 대체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은 태평양·인도양 공해상을 비롯해 통가·피지 배타적 경제수역, 서태평양 마젤란 해저산 지역에 11만5000㎢의 광활한 해양경제 영토를 확보하고 있다. 남은 과제는 수심 2000~5000m에 분포돼 있는 광물자원을 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캐느냐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은 ‘광부로봇’이다. 극한 공간인 심해에 광부를 대신해 광물을 캐는 채광로봇을 내려보내는 것이다. 한국이 확보한 광구에 약 5억6000만t이 매장돼 있는 망간단괴의 채광 과정을 가정해 보자. 우선 5000m에 잠겨 있는 망간단괴를 찾아내 한데 모은다(집광). 그 다음 채집한 망간단괴를 바다에 떠 있는 모선까지 운반한다(양광). 집광·양광 기술을 모두 갖춰야 비로소 채광에 성공할 수 있다.


연약한 지반에서도 자동 주행한국은 집광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채광로봇(이름 미내로) 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3년부터 10년 동안 약 23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사전에 계획한 주행 경로를 따라 스스로 다니며 망간단괴를 채집할 만큼 똑똑한 로봇이다. 해저에서 원하는 동선으로 이동하는 주행 기술과 선상에서 원격 제어를 할 수 있는 심해 항법 및 경로 추종 기술 덕분이다. 수심 1370m에서 실증시험도 거쳤다.


미내로는 해저의 굴곡진 지반 위에서 방향 제어와 직진·선회를 할 수 있다. 특히 지면과 마찰이 큰 곳이나 진흙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무한궤도 항법으로 이동한다. 주행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자동화 기능도 갖췄다. 연구 책임자인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홍섭 박사는 “아주 연약한 심해저 지반에서 경로를 따라 자동 주행할 수 있는 채광로봇은 세계 어디에서도 개발한 사례가 없다”며 “단순히 경로를 따르는 것뿐 아니라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실용화 전 단계 규모로 제작된 미내로는 보기 드문 합체 로봇이다. 2개의 로봇을 합쳐 만들었다. 기술 이전을 거쳐 상용화가 된다면 로봇 4개를 이어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 망간단괴 채집량을 기존보다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수한 집광·양광 기술 갖춰 채광로봇으로 채집한 망간단괴는 채광로봇이 잘게 부순 후 호스를 통해 중간저장소인 버퍼로 옮겨진다. 버퍼 장치는 양광 펌프와 파이프 형태의 구조물인 양광 라이저를 이용해 망간단괴를 배 위로 끌어올린다. 이때 버퍼 시스템은 중간에서 단괴를 저장하고 양광 펌프의 공급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이 안전하고 경제적인지 여부가 여기서 판가름난다.


한국은 양광 시스템의 주요 설비의 설계와 제작, 설치, 운영에 이르는 전 단계를 자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국내 특허 기술인 SAW(Submerged Arc Welding) 용접기술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초로 8인치 양광 라이저를 사용해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홍 박사는 “해양자원 개발의 상용화가 약 10년 후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국은 집광기술과 채광로봇이 채집한 광물을 선상으로 이송하는 양광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기업이 상용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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