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이 돈거래 더욱 신중해야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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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숙 할머니(가명 70)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박복자(가명) 할머니가 집에 일이 생겨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 3만 달러를 빌려줬다. 김 할머니에게 3만 달러는 큰돈이었지만 금방 돌려주겠다는 말을 믿고 빌려줬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돈을 갚지 않았다. 여러 차례 조른 끝에 다달이 얼마를 갚기로 했지만 막상 갚을 날이 오자 박 할머니는 "돈을 줄 수 없다"고 돌변했다. 좋은 마음에 빌려준 돈 때문에 두 할머니는 결국 몸싸움까지 했다.

#. 혼자 사는 이경자 할머니(가명 88)는 13년 동안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매니저에게 렌트비를 내도 받지 않아 의아해 하던 참에 나가라고 하는 것이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이 할머니는 타인종 매니저가 하는 말 중 '나가라(move)'는 단어만 알아들었다. 매니저가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러는지 물어볼 수도 없는 이 할머니는 그날부터 걱정과 불안으로 몸져 누웠다. 이 할머니는 "어디 가서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시니어간 시니어-이웃간 각종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지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몰라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니어간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 중 금전적 법적 문제는 특히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전적 갈등의 유형은 아는 사람끼리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는 경우다. 대부분 계약서나 영수증 없이 돈을 주고 받아 돈을 빌려줬다는 사실조차 증명하기 어렵다. 신분도용을 당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크레딧카드의 빚이 생기거나 접근한 낯선 사람에게 속아 금전적 정신적 피해를 입는 등 사기에 휘말리기도 한다. 문제는 금전적인 피해는 후에 범죄 사기로 밝혀지더라고 손해를 보상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LA카운티 검찰의 벨 첸 노인학대부서 담당검사는 "시니어들은 잘 믿는 경향이 있어 사기를 당하기도 쉽다"며 "이 때문에 시니어를 타겟으로 하는 사기가 성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직접 만나서 또는 전화나 편지 이메일 등으로 접근을 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과는 절대 돈 거래를 하지 말고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끊어버리고 수상한 이메일을 받으면 열어보지도 말고 지울 것"을 권했다.

한미연합회의 크리스 이 4.29분쟁조정센터 소장은 "시니어간 갈등 및 분쟁을 조정하기도 하지만 유틸리티 요금 문제 크레딧카드 신분도용 문제 등 소비자로서 피해를 입은 시니어도 돕고 있다"며 센터 이용을 당부했다.

이경자 할머니 케이스를 도운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 사라 전 변호사는 "할머니와 상담한 뒤 아파트 매니저에게 전화를 해 매니저와 직접 만나 알아보니 할머니가 쌀 등 음식을 오래 보관해 벌레가 생겨 아파트 및 다른 입주자의 위생을 위해 할머니를 퇴거하려고 했던 것이었다"며 "언어 때문에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문제를 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월 첫째 화요일 오후 6시30분 노인센터에서 열리는 무료 법률 클리닉에서는 이 같은 상담도 제공하니 이용해달라"고 덧붙였다.

▶문의: LA카운티 사기 신고 핫라인 (877)477-3646 한미연합회 분쟁조정센터 (213)365-5999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 (213)389-1900

이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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