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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의 강남벨트 전략…신세계, 코엑스몰 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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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신세계그룹이 국내 복합쇼핑몰의 맏형 격인 코엑스몰을 품에 안는다. 코엑스몰의 주인인 무역협회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및 칼트몰 임차운영사업자 경쟁 입찰에 신세계프라퍼티가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고 29일 발표했다. 다음달 1~16일 실사를 거쳐 임차운영사업자로 최종 선정되면 신세계가 아쿠아리움·메가박스·대명웨딩홀·탑클라우드52를 제외한 코엑스몰 327개 점포의 임차운영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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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문을 연 코엑스몰은 복합쇼핑몰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쇼핑시설만 모여 있던 이전의 쇼핑몰에서 벗어나 살거리·먹거리·놀거리가 어우러진 ‘몰링(Malling)’을 선보이며 국내 대표 상권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타임스퀘어·롯데몰 등 대형 복합쇼핑몰이 줄줄이 개장하며 빛이 바랬다. 무역협회는 2013년 4월 낡고 오래된 시설 재단장에 나섰고 2014년 11월 다시 문을 열었지만 분위기는 이전 같지 않았다. 방문객은 줄고 매출은 감소했다.

단독 입찰, 내달 실사 후 최종 선정
메가박스 등 제외 327곳 임차운영
600억 임대수익 달성 쉽지 않지만
강남유통벨트 강화 위해 베팅한 듯

이를 만회하기 위해 무역협회는 직영에서 유통 전문기업에 운영을 맡기기로 했고 신세계가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신세계가 코엑스몰에서 임대수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역협회는 입찰 시 최소보장임차료(MRG)로 600억원을 지정했고 신세계는 600억원대 초반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임대수익이 600억원을 넘기긴 어려울 것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신세계는 임대수익보다는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강남 유통 벨트’ 강화 차원에서 코엑스몰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면적을 40% 가까이 늘리는 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또 9월엔 축구장 70개 크기의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하남을 개장한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사업총괄 부사장은 “복합쇼핑몰 사업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이라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코엑스몰을 거쳐 스타필드 하남으로 이어지는 강남 벨트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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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쇼핑몰 운영에 대한 자신감도 깔려 있다. 스타필드 하남 등에서 쌓은 노하우를 코엑스몰에 적용해 상권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하반기 진행될 시내 면세점 입찰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얘기도 나온다. 코엑스몰에 면세점을 유치하면 그야말로 날개를 단 격이 될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 참여에 대해 “저희가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엑스몰에 입점한 상인들은 ‘나쁠 것 없다’는 반응이다. 대형 유통업체가 운영을 맡으면 상권 활성화에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다. 반면 신세계가 무역협회에 내야 하는 최소보증금액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외관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리모델링을 마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개 5년 단위로 이뤄지는 임대차계약을 고려하면 앞으로 3년은 지나야 대규모 공사를 할 수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정식 계약을 체결한 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일이지만 상인들이 장사를 하지 못할 정도의 큰 공사는 지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상권 활성화를 꾀한다. 백화점에서 진행하던 경품 행사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하남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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