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없는 사회(8)|간장보호제 ″득″보다 ″실″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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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어느 사이엔가 사람들은 간장병을 가장 무서워하는 병의 하나로 인식하게 되었다. 몸의 어딘가가 이상해지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혹시 간이 나빠진 것이 아닌가 의심부터 하고 본다.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대표되는 이들 간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너무 자주 보아온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사부의 성인병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에 간장질환의 유병자는 9백37명. 성인만 따진다면 50명에 1명꼴로 점차 증가경향을 보이고 있다.
경제기휙원의 한국인 사망원인 통계에 의하면 만성 간질환이 81년도 사망자의 사망원인 제6위에서 83년에는 5위(노쇠와 사고를 제외하면 3위)로 올랐고, 특히 45∼54세군에서는 만성 간질환이 3위에서 2위로, 간암은 10위권 밖에서 4위(남자2위, 여자 6위)로 크게 뛰어 올랐다.
간암의 증가경향은 암등록사업분석결과에서도 나타난다. 82년도에 남성암의 15·9%를 차지하던 간암이 83년에는 15· 9%로, 여성에서도 4·2%에서 4·9%로 증가되었다.

<간의 구조>
이렇게 늘어나고 있는 간장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간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鼈主簿傅』(별주부전)에는 용왕의 병을 고치기 위해 토끼의 간을 탐내는 얘기가 나온다. 옛날에 간을 영약으로 본 것은 간에는 만병을 다스리는 신비한 작용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의학자들이 간의 신비한 작용에 감탄하는 것을 보면 옛말이 그른 것은 아닌것 같다.
간은 우리 몸에서 뇌와 더불어 가장 큰 장기로 성인의 경우 체중의 2%(신생아는 5%)를 차지한다. 한국인의 경우 남자가 보통 1·2∼l·5kg정도며 여자는 이보다 조금 작다.
간은 우측 제4∼5늑골(갈빗대)에서 제10∼11늑골사이에 걸쳐있다. 다시 말해 옆으로는 오른쪽 젖꼭지아래 1㎝지점에서 왼쪽 젖꼭지 아래 2㎝지점에 걸쳐있고 아래로는 오른쪽 갈빗대 끝부분까지 자리 잡고 있다.
간은 오른쪽 갈빗대로 보호받고 있어 정상인의 간은 만져지지 않으나 간염이나 간암이 있어 간이 커지거나 간경변등으로 모양이 뒤틀리면 갈빗대 밑으로 뜬뜬하거나 우툴두툴한 간이 만져지기도 하며, 또 호홉할때 간 바로위에 있는 횡경막의 운동에 따라 간이 아래 위로 움직여 이때도 전문가의 손에 만져지는 경우가 있다.
의사들이 촉진을 할때 환자에게 숨을 깊이 들여 마시도록 하는 것은 이때 간이 횡경막에 조금 밀려 내려오기 때문이다.
간의 표면은 미끈미끈하고 암적색을 띄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쐐기모양으로 오른쪽 끝이 두껍고 왼쪽으로 갈수록 얇아진다.
간은 좌엽과 우엽의 두 부분으로 나누는데 오른쪽에 있는 우엽이 좌엽보다 6∼7배정도 크며 그 아래쪽에 담낭이 붙어있다.
간으로 통하는 혈관은 대동맥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간 동맥과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췌장· 비장으로부터 홉수된 영양소를 운반하는 문맥경맥의 두 종류. 이 두 혈관은 좌우 양엽의 경계부에서 갈라져 각기 간 속으로 가지를 뻗은뒤 다시 간정맥으로 합쳐져 간 밖으로 빠져나간다.

<간의 기능>
학자들은 간을 인체의 화학공장에 비유한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여러 물질들을 합성, 저장하며 홉수 된 물질을 체내에서 이용하기 좋도록 가공하고 유해한 물질을 분해하는 등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 의대 김정용교수(소화기내과)는 간의 기능을 크게 대사·배설·해독및 방어·혈액응고· 순환조절기능 등으로 나누고 이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이 신진대사기능이라고 말한다.
대사란 몸속의 헌 물질을 새 물질로 바꾸어 몸을 항상 새롭게 유지하는 작용으로 대사에 관여하는 화학변화를 간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인체를 자동차라 할때 엔진은 심장으로, 연료탱크는 간장으로 곧잘 비유한다.
간세포에는 대사에 필요한 1천여종의 효소가 함유되어있으며 이 효소를 이용, 3대 영양소인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물론 핵산·비타민(A· B₁₂· D등)·호르몬(스테로이드등)·미네럴까지 인체에 이용하기 좋은 형태로 합성·분해하거나 혈당등을 일정하게 조절해준다.
예를들어 포도당을 합성, 혈중단백질인 알부민이나 피브리노겐(혈액응고인자)등을 생산하고 중성지방·콜레스테롤등으로의 변환 등은 모두 간에서 이루어진다.
간은 담즙산을 생산하고 노폐물의 일종인 빌리루빈이라는 색소를 제거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담즙산은 간세포에 의해 콜레스테롤로부터 생성되어 담도를 따라 내려가 담낭에 저장되었다가 소장으로 분비되어 지방이나 지용성 비타민의 소화흡수를 돕는다.
만일 간염으로 간세포에 손상이 있거나 담도가 막히면 정상걱으로 배설되어야 할 빌리루빈이나 담즙산·콜레스테롤등이 핏속에 괴어 황달과 같은 증상이나 간기능검사에서 이상을 보이며 소화장애를 나타내기도 한다.
몸밖으로 부터 섭취된 독물이나 이물질, 또는 약물을 해독시키는 일도 간이 맡아서 한다. 만일 간이 독물에 과잉노출 되었을 때는 간세포 자체가 견디지 못하고 손상을 받을수 있다.
예를들면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간에서 알콜을 미처 처리하지 못해 간세포가 손상되고 지방간이나 간염 또는 간경변증에까지 이행 될수 있다.
이밖에 신경안정제나 항생제·성분미상의 한약도 간이 나쁜 사람에게는 더욱 부담을 주게 되며 요즘 특히 술꾼들이 마구잡이로 복용하고 있는 간장 보호제는 간에 이득은 커녕 사람에 따라 해만 끼친다는 것이 간 전문의의 일치된 의견이다.
간기능이 떨어져 암모니아를 처리하지 못하면 암모니아 중독으로 간성혼수에 빠지기도 하며 여성호르몬이 제대로 분해 되지 못하면 남자간경변증 환자에서 볼수 있는 여성유방화·또는 성욕감퇴현상이 오는 수도 있다.
간은 또 혈액을 저장하거나 방출하는 기능이 있어 몸 전체의 혈류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간경변증이 있는 경우 정상적으로 혈류가 간을 통과할수 없기 때문에 주위의 샛길로 피가 물려 혈관이 터지는 수가 있는데 가장 취약한 샛길이 식도의 정맥으로 말기 간경변증환자에서 갑자기 피를 토하거나 새까만 혈변을 보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간 질환의 증상>
간은 그 능력에 상당한 여유가 있어 3분의2정도를 잘라내도 정상기능을 발휘하며 일단 손상된 간세포도 재생능력이 왕성하기 때문에 원상태로 회복될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웬만큼 손상되어도 간 전체의 기능이 조절되고 있는 동안은 좀처럼 증세를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간을 「침묵의장기」 로 부른다.
고려대의대 서동진교수(소화기내과) 는 간경변환자에서 간조직의 손상이 심한데도 기능은 정상에 가까운 경우를 흔히 경험한다고 말하고 간질환때의 특징적인 증상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황달=눈 횐자위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것으로 이는 몸속에 빌리루빈이라는 찌꺼기가 빠져나가지 못한 때문이다.
황달이 생기면 소변이 노래지거나 가려움증이 생기기도 한다. 간혹 손바닥이 노래지는 것을 항달로 오해하는수가 많은데 이것은 오히려 감귤이나 당근등의 과잉 섭취에 의한 경우가 많다.
▲전신증세=뚜렷한 이유 없이 전신피로감이나 식욕저하·구역질·구토·소화불량·오른쪽 가슴밑의 뻐근한 통증등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어떤 사람은 양치질할때 구역질이 난다고 간을 의심하기도 하나 이런현상은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칫솔을 너무 깊이 넣어 구역반사를 자극하거나 과음한 경우 또는 위나 식도에 염증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피부변화=황달이나 가려움증 외에도 간경변증과 같은 만성질환에서는 목이나 어깨에 거미줄모양의 붉은 반점이 생기고 손바닥의 혈관이 확장되어 붉게 보이며 코나 잇몸에서 피가 잘 나고 대수롭지 않은 접촉에 멍이 잘든다.
▲호르몬이상=남자의 경우 여성유방화·성욕감퇴·탈모(액모·치모)·고환위축·생리이상이 오기 쉽다.
▲복수=뱃속에 물이 차서 배가 붓고 배꼽이 튀어나오기도 하며 다리가 붓는 수도 있는데 간경변증때에 자주 나타난다.
▲간비대=간이 붓고 누르면 아프다.
간경변에서는 표면이 울퉁불퉁하고 간암에서는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질수 있다.
서교수는 그러나 이러한 증상들은 반드시 간때문에 오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감별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와 상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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